[이상규 시 2수] 회령댁

2012-09-26     이동렬 기자

오메
간밤엔 바지런히도
싸락눈 내렸나베
조리도
문턱 길 매끄러운 걸 보면
가고파도
지척이 천 리 길
댁은 회령이랬지
오늘은
3월하고도 삼짇날
싸락눈 내린 길
매끄러워 못 가나베

요리도
봄바람은 살랑이는데
댁은 회령이랬지

동경 까마귀

어차피 넌
증오의 족속
너의 조상도 까마귀였나
몸뚱아리 보다
더 흉물스런 주둥이로
벌건 대낮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날이 어두웠다고 까옥까옥 울어 댄다

지축을 흔들며 분노로 폭발한
관동대지진
페허의 거리를 덮쳐
죄 없는 가슴 가슴을
갈기갈기 찢던 잔악한 속성
또 무엇을 갈취하려는 음흉한 계책인가

속죄의 빛 없는 새까만 몸뚱아리의 까마귀가 되어
아직도 동경의 뒷골목을 방황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