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 수필] 뱀 2

<신길우의 수필 246>

2012-09-20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  시골길을 가는데 아이들이 길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몇이서 우루루 물러선다. 한 사내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다가 돌을 집어서 길바닥을 향해 던진다. 여자아이 두엇은 좀 떨어져서 힐끔힐끔 바라본다. 무어라고 지껄이다가 다른 애가 돌을 또 던진다. 몇 번 그러더니 갑자기 환호성이 인다. 아이들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몰려가 무언가를 내려다본다.

   무슨 신기한 일이 있는가 가까이 가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뱀 한 마리가 길바닥에 길게 쓰러져 있었다. 목덜미에서는 돌을 맞아 피가 나고, 배 쪽에도 큰 상처를 입어 잘 움직이지를 못한다. 따뜻한 햇볕에 너무 일찍 나왔다가 제대로 달아나지도 못했나 보다.

   뱀은 무엇 하러 죽였느냐고 나무라자, 아이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한다.

   “뱀은 징그러워서 싫어요.”

   “독이 있으니까 무서워요.”

   “재수 없게 길을 가로질러 가잖아요.”󰡓

   “뱀은 사탄이래요.”

   그래서, 뱀은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은 다 소중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필요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벌레는 개구리가 먹고, 개구리는 뱀이 먹고, 뱀은 독수리가 먹고… 먹이 사슬의 순환 관계를 이야기해 주어도 별로 반응이 없다.

   뱀을 보아라. 무늬며 색깔이 얼마나 멋지냐? 그래서 뱀가죽 허리띠도 나온 것이다. 눈동자도 까만 유리구슬 같지? 이처럼 모든 생물은 다 각기 아름답고 신기한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징그럽다는 기색이다.

   뱀이 꼬리를 두어 번 움직인다. 아파서 못 견디겠다는 몸부림 같다. 아직도 날름대는 혀를 바라보니 뱀이 이렇게 울부짖었다.

   “나는 아무 해코지도 안 했는데, 너희들은 왜 나를 죽이냐?”

   나는 아무 대답을 못 했다. 무거운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다.

   아이들은 불쌍하다기는 커녕 재미있었다는 듯이 재잘대며 벌써 저만큼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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