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수필]다람쥐2
<신길우의 수필 239>
[서울=동북아신문]4월 하순에 산에를 갔다. 날씨도 좋고, 꽃들이 곳곳에 피었다. 풀과 나뭇잎들이 새파랗게 피어나서 공기가 한결 맑았다.
일행과 시냇가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어디서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고수레로 던져준 것을 날름 물고는 좀 떨어져서 먹는다.
모두들 시장해서 한참을 먹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한 사람이 큰 소리를 한다.
“이 녀석 봐라. 오이를 다 물어가네.”
그러고 보니, 좀 떨어져서 다람쥐가 오이 조각 하나를 물어다가 갉아먹고 있었다. 우리가 고추장을 찍어먹으려고 썰어놓은 것이니, 깔자리 위 신문지 식탁에까지 와서 물고 간 것이다.
대단한 용기가 느껴져서 내가 다람쥐에게 물었다.
“너는 겁도 없니? 우리 점심 자리에까지 와서 물어가게.”
그러자 다람쥐가 대답한다.
“배가 고파 봐, 무서운 게 어디 있나.”
나는 의아스러워 다람쥐에게 또 물었다.
“도토리 상수리에 밤이며 잣이며, 온 산에 먹을 게 천진데 네가 왜 배가 고프니?”
내 말에 다람쥐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말꼼이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다 너희들 사람 때문이야. 사시사철 우리 양식을 주어가고 따가는 게 누군데. 굶다 못해 밭에 가서 열매나 채소라도 갉아먹으면, 쥐약에 덫에 별별 방법으로 우리를 잡아가고 죽이고 하니 어떻게 살란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람쥐가 사람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먹이를 얻고자 감행하는 반응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입맛 때문에 다람쥐 같은 다른 생물들의 먹이를 자꾸 빼앗기만 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에 따라 그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때로는 그들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않고 지냈던 것이다.
이런 의식과 태도가 어찌 여기에만 국한되겠는가? 우리 인간끼리의 삶도 그런 경우가 곳곳에 많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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