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에게서 ‘아주 큰’ 선물을 받은 사람”
김해성 대표, 재외동포리더스아카데미 ‘재외동포와 다문화사회의 이해’ 강의
[서울=동북아신문]“어느 날 성남쪽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쪽으로 들어오던 중에 한 버스 정류장에 외국인 노동자 두 사람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차에서 내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냐’고 물었지요. ‘일거리를 찾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 ‘그러면 나와 함께 가자. 내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해서 그들을 데려다 밥을 대접하고 일자리를 구해주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에 돈 벌러 온 스리랑카 노동자였습니다. 스리랑카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성남외국인노동자의집’에 스리랑카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에 유학 와 있던 스리랑카 유학생들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학생이 ‘자기 삼촌이 스리랑카의 야당 국회의원인데 모임에 초대해도 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좋다’고 해 그분을 초대하면서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그분이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 마힌다 라자팍세였습니다. 마힌다 의원은 나중에 스리랑카 노동부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쳐 2005년 스리랑카의 대통령이 돼서 현재 재선 대통령으로 재직 중입니다.”
지난 5일 재외동포포럼과 이주동포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제3기 재외동포리더스아카데미 8번째 강의 ‘재외동포와 다문화사회의 이해’를 마치고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이어진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는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외국인노동자의 교회/중국동포의 교회를 만들어 1990년대 초부터 외국인노동자들과 중국동포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의료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인권운동가. 2000년에 이주민 지원 전문단체인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을 정식 출범시켜 대표를 맡고 있다.
2000년에 ‘5월 정의상’, 2003년에 국가인권위원회 ‘제1회 인권공적상’, 2007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 2008년에는 스리랑카 정부가 수여하는 대통령상, 2010년에는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주는 포스코 청암상(사회봉사 부문)을 수상했다. 포스코 청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받은 상금 2억원 전액을 정식 인가받은 최초의 사립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지구촌학교’ 설립을 위해 기부했다.
2004년 쓰나미가 스리랑카를 덮쳤을 때는 긴급 의료팀을 조직해 달려가서 시신더미를 헤치며 구호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이날 강의는 아카데미 참가자 대부분이 재한 중국동포 단체, 언론의 간부들이었기 때문에 중국동포들을 위해 그 동안 해온 김 대표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1999년 재외동포법이 제정될 때 반대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재외동포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기까지의 과정, 방문취업비자가 만들어진 배경, 시행령을 이유로 전면 시행되지 않고 있는 재외동포법에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한 과정 등등 김 대표의 강의는 재한중국동포의 20년 역사 그 자체였다. 강의가 끝나자 참가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뒤풀이 자리에서 김 대표의 강의는 그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 다문화 가정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2009년인가요. 마힌다 대통령 초청으로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땐데요, 마힌다 대통령이 ‘아주 큰 선물을 주겠다’는 거예요. 무슨 소린가 했더니 ‘코끼리를 한 마리 주겠다’는 겁니다. 그 때는 코끼리를 가져올 방법도 없고 가져와도 키울 방법이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을 했지요.”
“그런데 귀국해서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코끼리 관련 기사가 난 걸 보았습니다. ‘한국 동물원엔 늙은 코끼리만 있어서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임신 가능한 코끼리를 구하려 해도 멸종 위기 동물은 국제협약으로 매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코끼리를 그림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힌다 대통령께 바로 전화를 했지요. ‘코끼리를 주신다는 약속이 아직도 유효한가요?’ ‘김 목사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약속을 받은 김 대표는 바로 과천 대공원으로 연락을 했다. 동물원장이 연락을 받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는 기왕이면 ‘동물원에서 낳은 어린 코끼리 암수 한 쌍을 기증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연락을 하자 마힌다 대통령이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러자 스리랑카 야당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법으로 반출이 금지돼 있는데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걸 어기면 되느냐’는 것이었다.
마힌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야당을 설득하고 관련법을 만들었다.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들을 도와준데 대한 우정의 선물이었다. 아기 코끼리 가자바(수컷·5세)와 수겔라(암컷·6세)는 그렇게 한국에 왔다.
“버스정류장에서 떨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그냥 지나쳤더라면 제가 어떻게 스리랑카 대통령과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정말 잘해 줘야 합니다. 인권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이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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