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피천득 기념관과 묘소
<신길우의 수필 235>
1. 금아 피천득 기념관
98세로 작고한 수필가 《금아 피천득 기념관》은 서울 잠심 롯데월드 3층 민속관 안에 있다. 40평 규모로 2008년 6월 5일에 개관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마치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앉아서 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황동빛 금아 선생의 좌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벽면에는 칸을 나누어 선생의 사진들과 함께 여러 활동 모습이 설명문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남향인 왼쪽 벽 맨 앞에는 타원형 속에 금아 피천득이란 제호 아래에 간략한 소개문이 있다. 그 왼쪽에 해맑게 웃고 있는 선생의 옆모습 사진이 속표지처럼 게시되어 있다.
그 벽면이 끝나는 오른쪽에 살짝 올려다보는 선생의 황금빛 청동 좌상이 있다. 모란미술관 앞에 설치한 것과 똑같은 것이다. 모형이 버려지기 전에 또 만든 것이라고 아들 피수영 교수가 설명했다. 왼쪽에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커다란 인형 두 개를 안고 아주 평화스럽게 앉아 있는 선생님의 큰 사진이 판자로 세워져 있다.
그 뒤로 〈어머니 / 서영이와 난영이〉란 판 왼쪽으로 평소 입던 옷을 걸어놓은 간이옷걸이 앞에 “황진이처럼 청초하고 그리운 모습”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오른쪽에는 즐겨 데리고 놀았다는 커다란 두 마리의 흰곰 인형이 놓여 있다.
왼쪽 벽면의 끝에는 열린 작은 공간 방을 두었는데, 선생의 대표적인 시와 수필과 말씀들이 게시되어 있다. 「아침」「창밖은 오월인데」「무악재」「이 순간」「너」등의 시들이다.
공간에 이어 오른쪽 정면 벽에는 선생의 방과 서재들이 꾸며져 있다. 간이옷걸이에는 몇 벌의 옷과 맨 앞에 모자가 걸려 있고, 바로 옆 의자에도 곰인형 둘이 있다. 그 옆으로 긴 1인용 간이침상이 놓였는데, 철제 기둥과 난간으로 만든 것이다. 침상 오른쪽에는 폭이 좁은 긴 나무궤가 있는데, 그 위에는 성모 마리아상과 사진들이 놓여 있다.
그 옆방은 서재이다. 5단 2개와 4단 1개의 나무 책장에는 애장하던 오래된 책들이 빛이 바랜 모습 그대로 가득 꽂혀 있다. 왼쪽 4단의 책장 맨 위에는 성인들의 작은 조각상들과 함께 십자가 아래로 ‘피(프란시스코)천득’이라 쓴 세로판이 서 있다.
나머지 두 책장 맨 위에는 평소 존경하고 좋아했던 도산 안창호, 잉글리드 버그먼, 그리고 바이런과 셰리, 예이츠 등 시인의 사진들이 놓여 있다. 오른쪽 책장의 위 4칸에는 서영이를 비롯한 어릴 적 자녀들의 사진과 르노아르의 그림 몇 점, 그리고 작은 찻잔과 주전자, 조개, 흙인형 등이 앞뒤로 자리하고 있다.
그 오른쪽 방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는데, 그 뒤로 작은 풍기가 있다. 책상 위 가운데에는 예수상이 든 액자가 놓였고, 그 옆에는 하얀 피에타상이 들어 있는 유리상자가 있다. 로마 여행 때 피에타상을 보고 매우 감격했다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앞줄에는 묵주가 놓인 갑과 청자 접시, 차를 끓이는 작은 도구와 찻잔들이 함께 놓여 있다. 벽면에는 살던 집의 바깥 풍경을 칼라사진으로 담아 실제로 보이는 것처럼 창을 꾸며 놓았다.
방 현관에는 두 켤레의 검은 구두가 놓였고, 구석에 붉은 도자기 항아리에는 구두주걱까지 들어 있다.
북향인 오른쪽 벽면에는 〈금아의 책들〉 제목으로 시집과 수필집 등 여러 저작물들을 연대별로 정리하여 게시해 놓았다. 그 앞쪽 상자 위아래로는 저서와 관련 책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수필』『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내가 사랑하는 시』『인연』『생명』『금아시선』『금아시문선』『서정시집』 등이 외국어판과 친필 노트 등과 함께 놓여 있다.
다시 꺾어진 동향의 작은 공간에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패’ ‘인촌상 메달’과 훈장, 신분증과 여권 등이 평소 사용했던 시계, 안경, 돋보기, 가죽장갑, 화로, 담배 파이프, 필기구, 낙관 등과 함께 진설되어 있다.
입구 쪽의 마지막 곡선형 벽면에는 선생에 관한 여러 소개하는 글들이 게시되고, 젊은 시절의 부부 사진과 여러 장의 가족사진, 미수잔치와 장례식 사진까지 진열되어 있다.
기념관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마음은 참 편안했다. 다시 선생님을 뵙고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평생을 열심히 살며 활동하시면서 늘 사랑과 그리움 속에서 지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반추하며 소년처럼 살아오신 98세 한 세기의 삶, 이제 가셨어도 눈앞에 다가오는 잔잔한 미소와 따사롭게 느껴지는 정감이 마치 옆에 계신 것 같다.
잠실롯데월드의 《금아 피천득 기념관》을 찾으면, 거기에 금아 선생이 계신다. 그리고 선생님의 문학 향기가 흐르고 삶이 상영된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느꼈던 금아 선생님의 삶과 정신과 마음을 실감하게 된다. 돌아나오면서도 선생님은 동상처럼 언제나 말없이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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