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사회를 이해하려면 봐야 할 필독서”
이광규 저, ‘뉴욕 한인사회의 현상과 교육문제’
한 평생을 인류학자로서 재외동포 문제에 천착해온 이광규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뉴욕한인사회의 현상과 교육문제’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명예교수는 2006년 말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마치고, 2007년 미국 동북부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에 있는 동암문화연구소 소장으로 1년간 체류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 기간에 뉴욕 일원의 재외동포사회를 방문, 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실시하고 자료를 수집해 이번에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은 크게 1부 뉴욕 재미한인사회와 2부 뉴욕 재미한인사회의 교육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
는 5개의 장으로 구분, 뉴욕 재미동포사회를 개관한 후에 뉴욕 재미동포의 사회생활, 경제생활, 종교생활, 예술․체육활동 등을 다루고 있다.2부는 3개의 장으로 구분, 대학에서의 한국학 연구, 중고등학교, 초등학교의 한국어 강좌, 주말한국학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 중 특별히 눈에 띠는 것 세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는 뉴욕 재미동포의 경제활동으로 여러 직능단체들을 조사 분석한 것이다. 이들 직능단체들로는 청과협회, 수산인협회, 세탁인협회, 식품협회, 봉제협회, 뷰티서플라이협회, 네일협회, 미용인협회, 귀금속 보석협회, 부동산협회, 보험재정협회, 요식업협회 등이 있다. 책은 이들 협회의 역사, 활동내용, 활동 여건, 미국사회에의 기여, 한인사회와의 관계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두번째는 뉴욕 동포들의 종교생활에 대한 분석이다.
이 교수는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종친회를 구성하고, 일본인들은 현민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한국인은 교회를 중심으로 동포사회를 발전시켜왔다’며 뉴욕 한인사회의 종교생활을 탐구한다.
책은 한인교회의 가장 큰 특성은 교회생활이라고 말한다. 신자들은 일요일에는 예배 후 친교시간이나 성경시간 등을 가지며 종일 교회에서 살고, 수요예배, 금요예배, 구역모임 등 공식적인 일로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교회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가하고, 친교 방문까지 하면 직장 이외의 모든 시간을 교회에서 지내는 것이 된다.
그러면 신자들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교수는 한인교회가 신앙생활보다 사회 심리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인들이 교회에 가야 고향을 느끼고, 고향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생각해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교회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 이민 오는 사람들에게 미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교회가 갖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교회 직책을 부여하고 명칭을 주는 것이다. 교회의 권사, 집사, 장로 등의 칭호가 바로 자기의 사회적 신분의 칭호가 되는 것이다.
한인교회는 심리적 기능, 사회적 기능, 정보교환의 기능, 심지어 계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는 경제적 기능까지 종합적으로 기능하는 사회집단이다.
그러나 한인교회가 이처럼 순기능만 갖는 것은 아니다. 책은 한인교회가 사회에 환원할 줄 모른다고 비판한다. 한인의 70%가 지역사회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1시간도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 명예교수가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한중일 간의 미국사회에 대한 자국어 보급 경쟁이다.
미국은 1997년 대학입시인 SAT Ⅱ에 한국어를 포함시켰고, 2000년에 선포한 국가안보교육 프로그램인 'Flagship Scholarship' 10개국어에 한국어를 두었으며, 2004년 'Bush Grant 2004'에 한국어를 추가했고, 2008년 NSLI(National Security Language Initiative)인 ‘Critical Language Scholarship' 9개국어에 한국어를 추가했다.
한국어는 명실공이 미국이 인정한 세계어가 되었다. 미국연방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어를 중국어 일본어와 같은 수준에서 미국 국민과 학생들이 배워야할 외국어로 인정했기 때문에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실정을 모르고 한국인 학부모들 중에는 미국까지 와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가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실이 안타까워 이 명예교수는 미국에 있는 동안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중고등학교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따라서 ‘뉴욕 한인사회의 현상과 교육문제’는 이 명예교수의 한국어보급운동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한 도시의 동포사회를 이처럼 깊이 있고 종합적으로 고찰한 기록은 없다. ‘뉴욕 한인사회의 현상과 교육문제’는 앞으로 뉴욕의 동포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로 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80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방대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구서를 펴낸 이광규 명예교수의 열정에 감탄하며, 또한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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