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산 시]딸의 제사상

2012-01-31     박수산
한밤중
그녀 혼자 십 년 전에 사고로 죽은
딸애의 제사상을 차린다.

가난한 살림,
어린 딸에게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천근같은 빚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국으로 왔다

짊어진 빛의 무게를 줄려보려고
밤낮도 가리지 않고 소처럼 일했다

불법체류란 딱지가 몸에 붙어
발각되면 쫓겨나는 몸
집에 있는 가족들 딸애의 불행을 숨겼다

딸이 죽는 순간,
그녀는 밥을 먹고 있었다.
애타게 어미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주린 배를 채우느라 바빴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딸,
정신 잃고 쓰러진 적 몇 번이던가
꿈이 산산이 조각난 그녀
당을 치며 통곡한 적 몇 번이던가

딸을 따라 같이 죽어야 했는데
죽어지지도 않는 그녀

이제 어미가 할 수 있는 건
상을 차려 딸의 혼이라도 불러
꿈속에서라도 딸을 만나 보는 것

오늘도 그녀는 딸의 생일을 맞아
딸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휴대폰과 전자수첩을 사진 앞에 올려놓고
눈물로 제사상을 차린다.


2011년 3월 17일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