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윷놀이 마당에 다급한 구급차 소리

현장추적

2006-01-29     이성주 기자

설날 오후 3시, 서울조선족교회의 흥겨운 윷놀이 오락마당이 막을 내릴 무렵, 난데없는 구급차 한 대가 교회마당에 들이 닥쳤다.

환자는 흑룡강에서 온 예순 다섯의 중국동포 고 영숙 씨, 노인은 이틀 전에 환자 간병 하러 파출부로 뛰다가 심하게 허리를 다쳤던 것이다. 자기보다 체대가 훨씬 큰 환자를 옮기다가 갑자기 허리가 뚝 하는 바람에 물앉았다고 한다.

주인 집에서 준 택시 값 1만 원만 달랑 받아 교회로 돌아온 노인은 이틀 간 꼼작도 못하고 안방을 찾아 누워 있었다. 마음 씨 착한 노인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혹시나 곁 사람들에게 불편이라도 주랴 음식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

노인은 이 번에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주는 비자 혜택을 받고 입국했던 것이다.

딸 자식 혼수라도 마련해 볼가,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 했지만 연세 많은 데다가 병환까지 있다 보니 일자리가 쉬이 나지지 않았다. 교회 밥 먹으면서 석 달 눌러있는 동안 한 달도 뛰나 마나, 조금 번 것 마저 다 써버린 실정. 설상가상 이런 불행마저 겹쳤으니 병원에도 갈 수 없어 속으로 울기만 하고 있었다.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뜸도 뜨고 침도 맞았지만 허리 동통은 좀처럼 멎지 않았다.

그래서 보다 못한  친구 최분선 씨가 서경석목사를 찾아 체면을 무릅쓰고 말씀 올렸던 것이다.

이에 서목사는 급히 환자를 찾아 안심 시키고, 흑룡강교구의 책임자 이호형목사에게 위탁해서 보호자에 자기 이름을 대용하라고 하며, 구로 고대병원으로 호송하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