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뫼 세상읽기 5] 좋은 일에도 마무리 못 짓는 서글픈 한국정치

2011-12-16     주성화

[서울=동북아신문]어느 인문학자가 퍽 오래전에 이런 말을 책에 적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중국인이 한 사람이면 상대는 이길 수 없고 두 사람 뭉치면 상대는 이기기 힘들며 세 사람이 뭉치면 상대가 공격할 여지없이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뜻인즉 중국인 개개인은 총명하지만 집단의 내홍이 심하여 하나로 뭉치는 결집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정반대로 또 일본인을 예로 들었다.

오늘날 한국 뉴스를 보면서 어쩐지 위 말들이 중국인 보다 한국인에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이국땅 상하이에서 임정청사를 세 맡으면서 하루 세끼마저 걱정해야할 최악의 "거지" 경우에서도 항일과 독립이라는 공동한 목표가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내부홍역으로 타인의 덕에 광복을 "선물 받기"까지 온전한 대일작전 한번 치르지 못한 한국의 정치인, 일제가 무조건 투항했다는 소식을 접한 김구 선생은 더없이 한탄했다고 한다.
중국인은 내홍이 그렇듯 심해도 민족운명을 좌우지하는 대사 앞에서는 그래도 서로 눈치 보면서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결국은 국민의 눈길을 감안해서였다. 임정시기 한국의 정치인들보다는 어떻게 보던 낫지 않을까?!
그때로부터 반세기도 훨씬 지난 오늘의 한국 정치인은 유감스럽게도 그 못된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모양이다.

한미FTA, 세계발전 추세의 필연적인 산물로서 한국과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외부인이 보아도 나무랄 것 없는 쾌거이다. 노무현 정부의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잘한 일 중 가장 보람찬 일로 종종 평가받았다. 그러한 한미FTA가 MB정부에 와서는 여야 대립의 촉매제가 되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야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정부와 집정당과 대통령에 대한 불신으로, 심지어 나라주권을 팔아먹는 "독 만두"로까지 비유되면서 국민적 이슈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반대자나 지지자나 몽롱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우겨댔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1200 여 쪽에 달아는 한미FTA 협정 원문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으며 그리하여 어느 한 판사가 호기심에 전문을 읽고 나서 한국의 허다한 법률을 일거에 무효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금시 초문인양 꿈에서 깨어나 부랴부랴 대책 강구를 외치고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생각을 가지고 누구보다 한발 먼저 한미FTA에 착수한 한국 정치인들은 뭐가 문제여서 국가에 발전과 번영의 기회와 시장을 가져다 줄 절호의 찬스를 "독 만두"로 비유되는 아주 몹쓸 것으로 만들어버렸는가?

"독 만두"라는 비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쳐도 부정적 또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요소가 없다고 누가 고집할 수 있는가? 그것이 국가의 사법주권까지 위협한다고 하는데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이 누가 있을까? 한미 FTA를 무작정 밀어붙이는 인물이나 세력은 한미 FTA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 정치인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대파의 의견을 허심히 수렴하고 더욱 완미한 조건에서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찬성이나 반대파를 막론하고 다 한국의 번영을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며 한국을 망치려고 한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같은 목표를 가졌고 또 한국에 필요한 한미 FTA라 하면서 끝내는 오늘날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단합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느 개인의 탓이라 할 수 있는 건가?

말은 민주주의사회라 하지만 아직도 충분한 의견수렴이 안되고 소통과 합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우세를 이용하여 독단을 행함은 못 마땅한 짓이어라. 일단 집단에서 결정되면 개인적 견해를 불문하고 한 마음은 아니더라도 하나같이 움직이고 따라가지 못함은 아직도 민주주의 참뜻을 깨닫지 못함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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