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 외 3수]서울연가

2011-10-05     [편집]본지 기자

    서울 연가

굳이 정은 바라지도 주지도 않는다 해도
서로 그리워하는 사람이 서울에 있으면 좋겠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수 많은 낯선 사람들속에서
내 앞에 살가이 다가와 말은 건네주지 않는다 해도
남 몰래 훔쳐 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호화한 명동 화려한 영등포가 아니래도
영화속 미녀들처럼 곱지는 않는다 해도
고요한 덕수궁 돌담길을 가지런히 걸으며
사랑을 속삭이기 보다는
서울의 이야기로 음악속을 걸어가듯
적적함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한강 기슭에 혼자서 쓸쓸히 앉아 있느라면
햇빛 너울 걸치고 물결처럼 다가와
상긋이 웃어주는 사람
나의 우울을 빙그레 휘저어 버리는 사람

네온등 가로등 불빛 흐르는 서울의 거리
외로운 그림자로 유령처럼 걸어 갈때면
오래오래 기다렸던 사람처럼 살며시 다가와
몹씨 외로웠냐고 다정한 눈길로 달래주는 사람

굳이 정은 바라지도 주지도 않는다 해도
잠 못 이루며 은근히 그리운 사람
그런 사람이 서울에 있으면 좋겠다

     2011,7,23일 서울에서

 
                        동해 어촌의 밤
      
애기들이 놀다 간 사탄(沙灘)에
조용히 일렁이는 들숨 날숨
물결이 다독이는 은은한 자장가에
바다속 소라의 노래도 들려오는 밤,

하롱이는 별에 이슬도 뱅글뱅글 맻인
우주의 고요가 내려 덮인 어촌
하늘을 반즘  가린 산 그림자속에
가늘한 등불 이야기처럼 도란거리네

그 곳엔 바다의 꿈이 있는 곳
가끔 개짓는 소리에 천년이 깨여나
기지개를 쭉 펴고 하품하다 다시 잠드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

만선에 꿈을 가득 싣고 물깃을 헤치며
래일의 태양을 향해 출항을 기다리겠지
애기들이 하나 둘 모여와 다시 모래탑 쌓을 적
밀물 썰물, 숨쉬는 얼의 노래가 들리네

     서탑 로무시장에서
                      _한 시골 처녀에게
      
        부드러운 흙빛 복살스런 얼굴에
        벼꽃향기 솔솔 풍긴다
        햇볕에 탄 까만 살결에
        청산벽곡의 순정이 찰찰 흐른다

        청정한 샘물에 발잠그고 자란
        난초꽃 여린 마음을 살래 이며
        푸른 산천의 청수한 곡선미에
        초롱불 쌍눈 반짝이며 백로처럼 서있다

        가야할 앞길은 미망해
        하나의 의문 부호처럼 서 있어도
        열정과 자신감이
        포옥 배여 있다

        하지만, 도시의 애달픔도 고생도
        너로서 모두 이겨 갈 수 있지만
        도시의 루즈와 향수에 한 겹 두 겹
        얼굴의 까만빛은 벗겨 갈 수 있지만

        가장 결백한 것이 가장 쉽게 덜미는 것처럼
        도시의 향기로운 때라도 묻지 않을는지?
        네가 순박한 마음으로 헤쳐가 야할 길은
        가시밭 오색빛깔의 네온등 길 -

        도시 사람은 도시가 지겨워 질 때
        너는 도시로 왔구나, 가져 온
        순수한 난초향만은 덜미지 말고
        도시 어덴가에 곱게 피워다오      
  
 
서탑 한미성 커피점에서

심양서탑 한미성 커피 점엔
뭐라도 주고 픈 고향 아씨가 있네
홀로 고독한 커피를 마실 때면
딸처럼 다가와 살갑게 말을 건네네

내 걸어온 인생의 쓰디 쓴 커피에
딸 같은 그 애는 우유같은 미소를 타 넣네
순백하고 부드러운 고향정 풀어 넣으면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려 오네

내가 태어난 길림성집안에서 왔다는 너를 보면
시냇가 청순한 풀 향이 그리워 지고
산새가 우짖는 로령 기슭
한가로이 호수가를 거닐는 사슴들이 기억속에 오네

50년 전의 고향, 소꿉친구 여자애들
잊어진 이름들 너무 감감하지
혹시 그들 중 어느 누구의 따님일 수도있는 너는
민들레꽃 같이 날려간 내 동심을 물어 왔네

시냇물에 비낀 별빛이 눈정기로 반짝이고
제비가 물을 찬 듯 청수한 몸매
산비탈 무르익는 참외 향기를 풍기는 너는
그렇지, 꼭 마치 내 여자 친구 애들을 본 것 같네

은은한 첼로의 향기가 흐르는 한미성     
오렌지 빛 등불이 추억에 물들면
고향은 왜 이리 그리운지, 나는
네 고운 웃음을 날아 나비처럼 고향으로 가네


리문호 플로필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두차례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편찬)>가 있음
이메일; lwh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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