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경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탐방기
한류 열풍 타고, 붐비는 관광지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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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신오쿠보 역 인근에 있는 재일본한국인연합회(회장 박재세)를 찾았을 때 홍성엽 사무국장이 물었다.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이어 덮친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여파가 일본 전역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었다.
우선 전력부족으로 냉방을 제한하는 바람에 일본열도가 뜨거웠다. 신주쿠의 백화점들은 ‘절전’을 내걸었다. 신오쿠보 역에 있는 파친코 가게도 ‘오늘은 정기휴일’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었다.절전을 위해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파친코 업계는 재일동포들이 지배하고 있는 업종이다.
재일한국인연합회는 신오쿠보로 사무실을 옮긴지 불과 한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에는 신주쿠의 쇼쿠안 거리에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사무실을 옮긴 것 같지만, 동경 코리안타운 역사에 새로운 변화가 읽히는 행보이기도 하다.
코리안타운이 커져서 이제는 중심이 쇼쿠안거리에서 오쿠보 거리로 옮겨진 것. 이를 증명하듯 오쿠보 거리는 우리말 간판이 넘치고 있었다. 오쿠보 거리와 쇼쿠안 거리를 잇는 거미줄 같은 골목들에도 한국음식점과 한류제품 쇼핑샵으로 가득차 있었다.
홍성엽 사무국장이 기자를 안내하면서 “코리안타운이 관광지로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거리는 코리안타운을 찾는 일본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저녁이나 휴일이면 발디딜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류제품을 쇼핑하는 젊은이들, 한국음식점을 찾는 중년의 아주머니들…. 이들 뒤로는 한류백화점, 돈쨩, 청와대로 이름붙인 가게 간판들이 보였다.
“오늘 저녁 NHK에서 신주쿠의 한류를 보도합니다. 저도 나오지요”
홍사무국장이 이렇게 소개하며, 인터넷으로 예고편을 다운받아 보여준다. 일본내 한류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프로다.
“한류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지요”
일본에서의 한류는 한국 드라마와 K-Pop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 살면서 꾸준히 우리 제품들을 공급해온 이들의 역할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막걸리다. 막걸리만 해도 일본에서 바람이 불면서 한국으로 붐이 역상륙했다. 그만큼 일본에서 막걸리 붐이 거셌다는 것이다.
동경에서 일어난 막걸리 붐의 뒤에는 김효섭 이동막걸리 사장이 있다. 86년 일본에 들어온 그는 막걸리에 주목해 보급에 나섰다. 10여년에 걸친 그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일본 막걸리 붐은 좀 더 뒤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우리음식점 장터를 경영하는 김근호 사장과 감자탕 전문점인 소나무집의 김희석 사장은 ‘한식세계화’의 선두주자다.김희석 사장은 초대 한인회장, 김근호 사장은 한국음식업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경시내에 10여개의 체인을 가진 돈쨩의 구철 사장은 삼겹살 붐의 주역이다.
한국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오성물산의 배오성사장, 포워딩과 통관을 하는 국제익스프레스 나성도 사장도 코리안타운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신오쿠보 역에서 한류백화점을 경영하는 김덕홍 사장은 한류 제품 보급에 앞장서고 있고, 신오쿠보 어학원을 비롯해 동경 곳곳에서 5개의 한국어학원을 경영하는 이승민 회장도 일본에서 ‘한류전도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한류보급의 흐름을 탄 이들이 모두 재일본한국인연합회에서 임원 혹은 고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류가 오쿠보에서 ‘대박제품’을 내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인 듯했다. 한류 아이돌의 음반과 그들의 얼굴을 카피해넣은 달력이나 컵, 쇼핑백이 진열대를 메우고, 한국산 식품류가 여기에 가세한 정도.
“한류붐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코리안타운의 과제입니다”
홍성엽 사무국장의 진단. 일본대학 연구원으로 있는 그는 일본 공공기관과 기업들에 리스크 관리에 관한 강연을 주로 다니는 경영학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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