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남을 춰주는 것도 하나의 진리
김춘식 수기
[서울=동북아신문]얼마전 안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그는 같은 식당에서 같이 일하는 일군들을 놓고 이것저것 얘기하는중 불쑥 이렇게 말했다. "여기 같이 일하는 사람들 다들 나를 40대로밖에 안봐.내가 오십이 넘었다하면 근본 믿지 않아."
분명 남들이 당신 기분돋구어 주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줄도 모르고 그렇게 믿고 기뻐하는 안해가 우습기도 했으나 그의 기분을 잡치고싶지 않아<그래?자기 확실히 나이보다 많이 젊어보여>하고 나도 속에 없는 소리를 했다.그랬더니 안해는 기분이 좋아 이애기저얘기 한바탕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보나마나 안해는 젊어보인다는 이 한마디로 저녁내내 기분이 둥둥 떠 힘든줄 모르고 일할것이다.
남이 예쁘다.젊었다.멋지다고 춰주는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것은 인간의 천성이다.때로는 번연히 그렇지 않은줄 알면서도,일부러 춰주는 말인줄 알면서도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갑다.나역시 그러기는 마찬가지이다.
"선생님의 머리는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검고 윤기가 돕니다>몇해전까지만 해도 흰머리 한오리 없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이 말 한마디에 나는 기뻐서 그런날은 온하루 기분이 좋았으며 저녁에 세수를 하고난후 거울에 몇번이나 머리를 비춰봤는지 모른다.
술자리에 갔다가 옛친구를 몇해만에 만났는데 그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로 <야,이 자석아,너는 어찌 아직 그대로 반반하게 있나.왜 늙을줄도 모르고"하고 나의 얼굴을 쓸어만지는것이였다.
그래도 내 신분이 부교장이고 나이도 50을 퍽 넘겼는지라 남들이 있는 장소에서 반말로 야,자 하는것이 맞갖잖으련만 나는 별로 그런 느낌이 없이 그와 반갑게 악수를 하며 얘기를 나누었다.그것은 그가 날보고 아직 안늙고 반반하게 젊어있다고 한 말에 기분이 좋았기때문이다.요즘 아침마다 세수를 하고난후 크림을 바르느라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면 나도 분명 많이 늙어가고있다..하루가 다르게 귀밑을 덮어가는 흰머리,점점 아래로 처지는 눈두덩,넓어가는 이마의 주름살,점점 윤기가 적어지는 살색,탄력을 잃어가는 피부…그럼에도 남들이 아직 반반하게 안늙었다면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리야?
왜 사람들은 남에게 젊었다고 춰주기 좋아하는가?그것은 바로 남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쾌락을 안겨주기위해서이다.이것을 남을 춰주는 가식이라고 보지 말라. 이는 대인관계에서 하나의 리지적인 처세표현이다.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가운데 하나가 찬미이다.많은 사람이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찬미 한마디로 인해 기운이 솟고 자신심이 생기며 피로가 눈녹듯 사라진다..특히 동료나 이성들로부터 이런 찬미를 받으면 세상을 얻은것과 같은 행복감을 느낄것이다.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싶고 평소보다 더 멋지고 예쁘게 보이고싶은것은 누구나 바라는것이다.40대든 50대든 60대든 다 남이 자기를 흔상하고 자기의 젊음과 미를 찬미하기를 바라는 심리를 갖고있다.우리가 집을 나서기전에 얼굴을 화장하고 머리를 다듬고 이옷저옷 환한 색상으로 골라입는것은 결국 남에게 자신의 젊음과 자신의 미를 보여주기위함이다.하기에 이때 그에 대한 찬사를 하는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긴말이 필요없이 진정한 관심으로 우러나오는 찬미 한마디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수 있고 나도 즐거워지게 한다. "야, 그옷 참 보기 좋아, 그렇게 차려입으니 더 젊고 예뻐보여", "야 그렇게 머리를 꾸미니 열살은 더 젊어보여", "아니,이 분은 점점 더 젊어지네요" "아저씨는 아직 한창이예요" 라는 한마디의 찬사에 그는 대번에 얼굴에 희색이 돌며 마음이 흐뭇해 온하루 발걸음도 더 가벼워지고 일에도 더 신이 날것이다.
"좋은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는다"는데 우리 모두가 서로 남을 흔상할줄 알고 춰줄줄 알아야 한다.일상생활에서 가장 홀시할수 없는 미덕의 하나가 바로 남을 흔상하고 춰주는것이다.
인간사회에서 살아가노라면 남이 춰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가 하면 또한 무시로 남을 춰주기도 해야 한다.남을 춰주는것은 사실 매우 쉬운 일이므로 어느 누구에게나 어떤 장소에서나 다 할수 있는것이다.,우정을 돈독히 하고싶다면 남을 많이 춰주라 .남에게 신심과 용기를 주고 싶다면 춰주는 말을 많이 하라.오직 도를 넘지만 않으면 된다.때론 한마디의 춰주는 말이 남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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