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외4수)

2010년 CJ문학상 수상작

2011-02-12     송은영 특약기자

         리성비

여보게 마누라
그 옛날 전설속에 묻힌 장고를 꺼내게나
궁편과 채편을 맞추고
장고줄 줄줄이 당겨 새롭게 재움세

여보게 마누라
그 옛날 농악놀이때 입던 옷가지를 꺼내게나
안팎에 풀일랑 정성들여 먹여
방치돌에 가락맞게 다듬어 구김살 펴봄세

여보게 마누라
그 옛날 할배님 망경창파 가르며 노젖던 배
까근히 점검하고 손질을 해봄세
그리고 구멍난 고기그물 별빛이 걸리게 떠봄세

여보게 마누라
우리 아침해 두둥실 뜨는 푸른 바다에서
한껏 장고를 울려봄세
굿거리 휘모리 자진모리 덩더궁 양산도…


     들국화


누가 봄언덕에
퉁소소리 떨리는
술병을 묻어 놓으셨는지요

찬이슬 내리는 이 가을
맑은 이슬에 젖은 국화향이
흙속에서 독한 술로 익었습니다

산에들에 찡-하니
얼근한 술향기
별빛보다 눈부신 꽃앞에서
목메여 그 이름 부르지 못하는 길손이여
잘 익은 국화술 한잔 드시오면
둥근달님 환히 떠오르겠지요


   명동마을


봄 여름 가을
날이면 날마다
잔치가 벌어지는 하얀 마을

대형관광뻐스가 좁은 동구길에
즐지어 들어서고
손에 아름다운 생화를 든
어느 녀대 이쁜 아씨들

“우물”을 찾으며
“별헤는 밤”을 생각하며
 수집게 내린다
 키 높이 자란 백양나무엔

누구한테 전하는건지
매일 알락까치가 목 아프게 운다
하늘은 오늘도 그렇게 푸르다


 두만강뻐꾹새 


얼음 풀린 두만강물 춤 추며 흐르는데
강 량안에 진달래꽃 살구꽃 만발하는데
강 이쪽에서 강 저쪽에서
목 아프게 우는 사연
산을 썰고 바위 썰며 넘어온 백년고개

해살도 눈에 아픈 새봄 맞아서
목메여 울며는 나도 서러워


 고향


앞뜰에 심은

토감자알이

화토불에 노랗게 익었으니

목메이게 자셔도 좋소


저녁노을 같은 불티가
손에 따가운 재가루 털면
잘 익어 가루나는
하얀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