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외2수)

김철호 시

2011-01-21     [편집]본지 기자

 그대들이여,

보기만 해도 눈물 날것 같은

저 보다도 더 작고 더 초라한 그대들이여!

그대들에게 아뢰옵지만,

저 늦게나마 저의 설움만이 아닌 걸 알아

그대들 창가에 다가가 그대들 노래 듣다가

그대들 희노애락에 같이 울고 같이 웃고 싶어

님이시여, 우리라고 우리,

조심히 한 번 불러 보고

그대들 흘린 눈물에 저의 눈물도 한 방울 보태

별이 되라고 저 하늘에 뿌려 볼까,

반짝이는 별들도 우리 보고 울라는

저는

천애지각에서 온

배운 것 없고 보잘 것없는

이름없는 작은 풀 한 포기처럼 사는

세상물정에도 눈이 어두운 사람,

저는 이런 사람일 뿐입니다...

 

 서울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이리저리 가로 질러 무지개 색깔로

얼기설기 많이도 놓은 다리들,

궁궐같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밤이면 오색영롱한 불빛 황홀한

별천지 낙원이라는 곳...

후하지 않아 오히려 사나운 인심탓인듯

사람은 몇 안 되고 차만 너무 많은 거리...

골목마다에는 새알 볶는 냄새 재미있는데

철거될 달동네 어귀 살구나뭇가지에

어디선가 날아 온 이름 모를 하얀 새 한 마리는

돈밖에 몰라 돈으로 둥지 틀고

천년만년 깨알 쏟아지게 살려고 왔는지...

부자들이 들으면 웃을지는 몰라도

나처럼 생긴 사람이 살기에는

쓸데없는 욕심에 입만 퉁퉁 부풀다가

결국엔 먼지마저 못 털고 쫓겨 날

언젠가는 저 새랑 같이 살 수 있는 곳이려나,

기어코 미련 빼앗는 여기가 바로 서울...

   

내가 안 보이면


 어느 날,

내가 안 보인다면

호랑이 물어 간 것이 아니라

인정이 별들처럼 속삭이는 곳으로 간 줄 알아라

 

천하다고 받은 설음 참다 못 해

다시는 보지 않아

영원히 보지 않아

인간사랑이 봄처럼 꽃피는 곳으로 간 줄 알아라

 

오늘로 당장 내가 안 보이더라도

여기저기 찾아 헤매지 말고


하늘이 맺어 준 연분으로

어떤 예쁜 여자가 업어 간 줄 알아라!

김철호 : 재한중국동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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