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업체 수수료, 왜 기준이 없는가?

특별기획-C-3중국동포, 꿈과 현실 탐조한다(3)

2010-12-17     [편집]본지 기자
요지- 
알선업체, 행정사에 피해 입고도 신고조차 못해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마음대로 신고하라!’ 
국가적 이미지 흐리고 동포들 가슴엔 아픈 상처
악덕 업체 신고센터 세워달라 동포사회 목소리

무연고동포 전산추첨탈락자에 단기비자(C-3)입국기회가 부여되자 한국 행에 명운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약한 다리에 침질’이라고 중국에서도 어렵게 사는 이들의 행보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으며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이 부지기수라 할 수 있다.

처음엔 농장연수코스를 출범했다가 이런 저런 사유로 정책이 여러 번 바뀌며 나중엔 학원기술교육제도를 도입하여 40~50대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수강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대두하였다.

관련절차와 인터넷을 모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급히 서두르며 그 동안 호시탐탐하던 알선업체를 찾아갔다. 입국 후의 수속을 대행하고 힘들지 않은 농장을 소개한다는 등등의 유혹에 넘어가 인민폐 1.5만~2만 위안씩 지불한 사람이 많았다.

공항에 내리자 마중 나온 브로커에게 여권을 맡기고 강원도, 충청도 등 행방을 모르는 지역의 시골농장으로 실려갔다.

경기도 모 농장에 취직한 한 남성(43,연변 안도)은 한여름 고열에 하우스에서 하루 14~15시간 일하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누이한테 연락했다. 원래 3개월이면 나온다던 등록증이 4개월이 되도록 소식이 없어 여권을 맡긴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인민폐 5천 위안을 더 내라며 호통친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에서 1.7만 위안을 지불했고 한국에 가면 아무런 비용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 왜 더 내라는가 묻자 브로커는 무조건 돈을 내라고 강요했으며, 만약 신고하면 강제 출국시킨다고 을러메었단다.

후에 흑룡강신문사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등록증, 여권을 찾았으나 같은 처지의 일행 여러 명은 불이익을 받을 가 봐 브로커가 요구한 대로 5천~7천 위안씩 지급했다고 한다.

농장에 간 사람은 산지사방에 흩어져 대부분 외부와 연락이 두절되다 보니 이들의 피해사례를 조사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 5~6월 입국하여 농장노동이 힘들다고 불법으로 임시취업을 하던 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출범한 학원기술교육(원 기술연수)을 택했다.

이 무렵 한국 내 동포사회 거의 모든 신문들에 단기비자입국관련 광고가 지면을도배하고 서울과 수도권 동포거주지에는 가는 곳마다 ‘C-3, D-4,H-2’ 등 문구의 전단지가 눈길을 끌었다.

6월 하순 입국했다는 김모 여성(45,흑룡강성)은 지인의 소개로 7월 중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한 행정사무소를 찾아가 등록증, 비자변경과 학원비등 명목으로 3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행정사무소 측에 받은 돈에서 일부를 돌려달라고 하자, 자기네가 합법적으로 받은 돈이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며 “마음대로 신고하라, 우리가 너무 잘해서 법무도 인정해준다”고 배포유한 대답이란다. 기자를 만난 이 여성은 정말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지난 11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모 보일러 학원에 다닌다는 40~50대 남성 4명이 기자를 찾아 왔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의 모 여행사(출입국사무소 지정행정사)에 각각 190만~250만원의 비용(2~3개월 학비포함)을 내고 학원에 다니는데 후에 과다지불 사실을 알고 일부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여행사측은 1대1 상담을 거쳐 낸 돈이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12월 초 이들 일행이 다시 찾아가자 여행사 관계자는 “돈을 돌려받으려면 그 동안 이자를 지불하라”고 하자, 이에 격분한 한 남성이 그럼 “당신이 받은 200만원 이자를 먼저 내라”고 대들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 강서구의 모 학원에 다니는 박모 여성(54,연변)도 이 여행사에 300만원을 냈다며 기자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와 많이 낸 부분을 돌려받을 수 없는 지를 물었다. 기자가 본인이 직접 찾아가 협상해 보라고 권유했으나 그는 당시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며, 만일의 경우 불이익을 당할 가봐 주저하는 태도였다.

지난 11월 초순 이래 기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많은 학원생들로부터 대행료를 50만~80만원에서 100만~150만원, 심지어는 200만원을 지불했다는 전화를 받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사무실을 찾아와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자가 왜 신고하지 않는지를 묻자 이들 대부분은 우선 신고를 받아주는 곳이 어딘지를 모르고, 신고를 해도 책임지고 받아줄 기관이 있는지, 또 취업비자로 변경되기 전 신고했다가 강제조치를 당할 가봐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약자의 심리를 포착한 여행사(지정 행정사)들이기 때문에 현행 기준으로 알려진 90만~100만원 비용(3개월 학비 포함,학원비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음)에서 공공연히 60만~100만원 혹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50대의 강모 여성(길림)은 동생이 서울 대림동의 모 여행에서 과다 비용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갔으나 관계자가 응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전에 우연한 일로 알게 된, 한국 해병대출신의 아저씨를 찾아가 자신의 딱한 사정을 얘기했다. 이 해병대 아저씨가 휠체어를 타고 여행사 사무실에 들어가 지팡이를 흔들며 부당성을 따지고 들어서야 여행사측은 더 챙긴 돈을 돌려줬다고 한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돈을 받아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11월 중순, 서울 영등포구 모 학원에 다니는 정 모씨 등 6명의 남성(중국 심양)이 기자를 찾아 왔다. 이들은 출국 전 중국측 여행사에 일인당 인민폐 1만 위안 내고, 한국 입국 후 연계를 취하라는 구로구 모 여행사에 등록증, 3개월 학비를 포함해 일인당 150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각자 어려운 형편에 절반이상 비용을 여기저기 꿔서 마련했고 일반 기준에 비해 일인당 200만원 더 지급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들 역시 출입국사무소나 관계기관을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50만~6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더 냈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예 체념한 상태라고 한다. 빵과 라면에 김치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에게 있어 이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연변 모 여행사에 따르면 무연고동포 마지막 전산추첨이 끝난 지난9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한국의 30여 개 학원들이 알선업체, 여행사를 앞세워 연변의TV와 신문에 광고를 싣고 설명회를 열어 한동안 가는 곳마다 단기비자 입국동포 쟁탈전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한편 행정사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모집한 학원생들을 임의로 학원에 넘기다 보니 적지 않은 수강생들이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며 2~3시간이 걸리는 학원에 다녀야만 하는 엄청난 불편이 따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가 허술한데다 대행업체의 수수료 기준이 없거나 이를 명시하지 않아 일부 악덕업체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으니, 법을 제정하고 이를 감독관리 하고 있는 법무부 및 관련부처의 위상, 나아가선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미지를 흐리면서 어려운 동포들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남기고 한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피해 사례에 대해 기술교육지원단 한 관계자는 “동포들이 직접 찾아와 등록하면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런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란 입장이다.

그럴진대 꿈을 안은 단기비자입국동포 대열은 아직도 길고 시간적으로도 몇 년이 걸려야 하는 현실에 대비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려운 동포들이 피해사실을 신고하여 보상 받을 도리는 정녕 없단 말인가?

피해동포학원생과 재한 동포단체장 그리고 동포사회 전반에 높은 원성이 파도마냥 번져가고 있다. (제공= 흑룡강신문 김명환 기자, 이룡춘,권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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