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자 가을을 읊조리다
가을여인 외1수
가을은 싱숭생숭 설레이는 첫사랑 같은 신비감을 안겨주는 계절이 아니다. 가을은 부풀어오른 꿈을 지닌 묘령의 아릿다운 아가씨가 아니다.
이 세상 쨍쨍 내리쬐는 불바다 같은 해빛아래에서 우뢰울고 번개치는 광풍폭우속에서 가꾸어온 알찬 수확을 안겨주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가을은 풍만하고 부드러운 엄마의 사랑의 품인가 싶다.
가을의 쪽빛보다 푸르른 드높은 하늘그것은 단아하고 성숙된 중년녀인의 풍채이다.유혹으로 넘치는 요염도 없고 기교가 없는 진정으로 충만된 녀인의 진심으로 안다. 그래서 물불 가릴줄 모르는 사내애들의 자상하신 할머니인가 싶기도 하다.
울굿불긋 빨갛고 노랗고 푸른빛을 띤 색상은 가을의 전형적인 의상(衣裳)이다.잎사귀에도 열매에도 그 빛은 완연하여 부유한 풍격을 지닌 중년녀인의 멋진 자태인듯 싶다. 그래서인지 락엽처럼 날리는 풍류남아들의 안식처로도 된다.
풍요로운 계절, 성숙된 계절, 멋진 계절!
꽃이 피는 계절은 유혹과 황홀감을 주지만 열매가 맺히는 계절은 향락과 만족을 안겨준다. 그래서 희망을 안겨주는 꽃이 피는 봄보다, 정열로 넘치는 록음이 우거진 여름보다 더 가슴 뜨겁게 더 마음 뿌듯하게 더 몸 가벼이 맞아주는 계절인가 싶다.
녀인처럼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주는 가을, 가을처럼 부드럽고 풍만한 녀인 오, 풍요롭고 성숙되고 부드러운 가을 녀인이 되여 이 세상을 알찬 열매의 무지로 만들고 싶다.
가을 이삭
고개 깊이 숙이고
내내 감사 드린들
부모님의 속 다 파먹고
가야 하는 몸
그 은혜 어이 다 기릴가
부모님 품 떠나기 앞서
큰 절 올리는 순간
흐르는 눈물 애잔타
영글어진 머리 조아린
성숙조차 한스럽다
님을 따라 가는 운명
부모님 곁을 떠나야만 하는
주어진 숙명이여서
절연(絶緣)은 피할수 없는가
낫에 잘리워야 하는
아픈 리별 애절타
애연한 가을 신부
하늘을 볼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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