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신난다, 동포들 수준에 설마? 했었는데 20명이나 합격하다니!?…"
-서울패션아카데미학원이 만든 작으나 큰 '성공'을 말한다.
[서울=동북아신문]이동렬 기자= 요즘, 서울패션아카데미학원 학원장님부터 일반 강사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신났다. "성공했다, 성공했다. 그만하면 충분히 성공했다!…"하고 주위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온다.
박정원 원장은 기분이 매일 날듯 싶다. D-4자격으로 변경을 받아 학원에 와서 패션과 봉재 등 기술을 배우고 있는 중국동포 학원생들이 너무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8월7일부터 지난 10월2일까지 두 달 못 미쳐 배운 학원생들이 국가공인 이론시험에서 20명이나 합격했기 때문이다. 전원에 비해 합격률이 썩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중국동포들은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도 작은 성공을 이뤄내어 "우리도 하면 된다!"는 신심을 갖게 되었고, 학원도 마찬가지로 "우리 동포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가공인 이론시험에서 합격한 중국동포들은 심양, 연변, 흑룡강 등 중국 동북3성 각지에서 왔었고, 연령대도 27세부터 55세 각기 부동하다. 난생 처음 봉제를 배우고 있거나, 별 목적이 없이 그냥 H-2비자를 받기 위해서 배우는 학원생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이제는 기술을 배워야 하겠다!"는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에서 20명 합격자의 명단을 받고 박정원 원장은 평소 보기 좋아하는 다큐프로그램 이야기를 동포들에게 했다. "운전면허시험 959번 떨어졌지만 960번 만에 시험에 합격하여 현대차그룹에서 차까지 선물 받은 차사순 할머니의 피나는 노력과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난 닉 부이치치가 부모님들의 전폭적 지원과 사랑 아래 정상적인 아이들과 함께 일반 학교를 다녔고 지금까지 35개국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껴안으며 희망을 전파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아가고 있는 기적"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작은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당신들을 지도해주신 선생님들도 너무 훌륭하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특히 일정하게 연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여 이론 자격증시험에서 통과한 오전반 박향숙(52세)씨를 예를 들어 우리 민족의 후대에 훌륭한 본을 보여주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고향이 중국 용정인 박향숙씨는 현재 월 90만원씩 받고 모장갑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늘 부족한 돈을 아끼기 위하여 점심 도시락까지 싸들고 다니고 있으며, 토‧일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출석한다. 고중을 졸업하고 봉제, 재단 일을 2~3년 하다가 그만두고 20여년 만에 다시 봉제를 배우게 되다보니 나이가 많아 금방 외웠던 글을 자꾸 잊어버리지만, 끊임없이 외우고 노력하여 마침내 이론시험에 합격을 한 것이다.
현상빈(49세)씨의 목표도 남다르다. 연변 모 신문사 촬영기자로 있다가 입국하여 D-4비자를 받았었는데 처음에는 일도 하며 공부를 하자고 보니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월 130만원씩 받고 논노패션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데, 밤 10~12시까지 일을 하고 토‧일에는 또 봉제 공부하러 다닌다. "중국에는 청나라 치포(旗袍)가 유명하고 한국에는 전통복장이 유명하지요. 그래서 우리 조선족도 길이 남을 수 있는 옷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하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 용정에서 온 김순금(48세)의 경우는 특별하다. 이번에 무연고동포전산추첨이 되었기에 관련법에 따라 석 달만 배우고 수료증을 받고 그만 두어도 방문취업 비자(H-2)로 바꿀 수가 있지만, 패션 이론 시험에서 합격하였기에 신심이 생겨 계속 학원에 남아 실기시험까지 합격하여 패턴사업에 인생의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한다.
솔직히, 현재 D-4학원생들의 생활은 어렵다. 주중에는 열심히 알바를 하여 집세, 물세, 전기세를 내야하고, 날마다 먹고 입고 쓰다 보면 돈이 마냥 모자란다. 게다가 주말에 학원에 가서 공부하다 보면 이래저래 압력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나이도 많은데 이제 배워 어디에 쓰겠냐?"는 회의가 들 때도 많다. H-2비자를 받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배우는 학원생들도 있다. 그러나 학원 강사들은 동포들의 이런 정서를 너무나 잘 포용한다. 똑 같은 말을 열 번, 스무 번 반복하여 가르치면서도 싫증을 안 낸다. 그러니 강사들의 인내와 따뜻한 마음이 동포들의 학습 열정을 불태우게 한 것이다.
학원에서는 직원을 파견하여 시험 보기 전날에 학원생들을 데리고 시험장에 가서 자리확인을 시켜주고 시험주의 사항을 반복적으로 알려주었다. 시험 보는 날에 정선화 강사는 학원생들이 시험에 꼭 붙으라고 엿을 사서 하나하나 포장해 주며 격려하였다.
기타 강사들도 평소 학원생들과 끈끈한 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추석 같은 날에는 송편파티도 열어 주었다.
특히 축하 할만 한 일은, 이번에 이경희 강사가 맡고 있는 오전반에서 13명이란 굉장한 합격률을 보여준 것이다. 이 강사는 현재 패턴사로 활약 중인데, 학원생 교육에도 너무 정진하고 있다. 저녁 반 양미선 선생님도 직업전문학교 교사로 이론 강의에 매진하고 있다.
학원 강사들의 진정어린 가르침과 따뜻한 가슴에 중국동포학원생들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잊어버리고 열심히 배우며 차차 자신들의 의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우리 학장님, 강사님들은 너무 따뜻하고 진심이에요. 정말 피부로 느낄 수가 있어요.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동포들은 짜증을 잘 내고 분수없이 이말 저말 해서 화풀이를 하고 있지만, 재외동포기술교육지원단과 우리 사이에 끼인 여기 학원의 강사님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하지만, 짜증 한 번 안 내고 항상 웃는 낯으로, 열심히 우리를 가르치고 있어요."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박 정원 학원장은 이번에 아슬아슬 떨어진 동포들에 대하여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좀만 더 노력하였으면 합격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1월 달 보충시험에서는 꼭 합격을 할 수 있을 겁니다!"하고 어깨에 힘을 실어주었다.
박 원장은 동포들이 이런저런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버리고 "좀 더 멀리 내다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한다. "솔직히, 여러분이 봉제기술을 배우고 나가면 당금은 식당보다 2~30만원 적게 받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하는 일은 단순 업무가 아니기에 기술습득을 하여 숙련공이 되면 노임이 몇 십만 원씩 팍팍 올라갑니다. 더구나 여러분이 지금 기술을 배우게 되면 중국에 가서도 옷 수선이나 봉제 관련 가게를 차리게 되면 훨씬 벌이가 좋아집니다."하고 앞을 내다볼 것을 권장한다.
우리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 고 했다. 그래도 충분히 성공을 거둔 셈이다.
박 원장은 이날 이론시험 합격자들에게 증서를 발급하면서, 국내 젊은 패션다자인을 대표하는 하상백 패션디자이너의 "알록달록 좌충우돌, 하상백의 오늘-꿈이 이루어지는 하상백식 청춘사용설명서"란, 저자 싸인이 박힌 책자를 함께 선물하였다. 역시, 희망을 선물 한 셈이다.
이제 12월에 가서 실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자격증 업그레이드이다. 이론시험 불합격 학원생들도 1월말에 가서 다시 이론 시험을 보면 된다.
전원 합격은 못 하더라도, 노력한 만큼 보람이 있으면 좋겠다. 동포들의 좋은 꿈과 피나는 노력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는 훌륭한 강사들이 있는 만큼 서울패션디자인학원의 꿈도 곧 무르익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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