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료센터, "이주민 22만 명 살렸다!"

2010-09-09     [편집]본지 기자

폐쇄 위기 극복하고, 개원 6주년 맞는 ‘이주민의료센터’ (舊외국인외동자전용의원)- 지난 6년간 이주민 22만 명 무료진료.

[서울=동북아신문] “라본씨,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시구요.”
“원장님, 고맙습니다. 다시는 고향에 못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태국에서 온 라본(40)씨는 지난달 이주민의료센터(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부설) 윤수진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갔다.

태국에서 농사를 짓던 라본씨는 2006년에 한국에 입국. 농장과 농원 등에서 일하던 중, 지난 6월에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했다. 농장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다 논두렁에서 넘어져 척추손상을 입은 것.

본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 딸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던 라본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가족들의 생활비와 학비로 태국에 돈을 보내고, 본인은 한국에서 근근이 생활하던 터였다.

발안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치료 후, 전신마비 증상이 보여 화성중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더 이상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실의에 빠진 라본씨에게 희망의 손길을 건넨 곳이 ‘이주민의료센터(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지난 6월 14일 전원되어 온 라본씨에게 이주민의료센터는 본원치료는 물론 협력병원인 서울의료원 재활의학과에서 특화된 재활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주었다.

“이렇게 타국에서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치료비도, 태국으로 돌아갈 돈도. 저에겐 없었어요. 이주민의료센터가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 없어요.”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라본씨는 언제나 미소로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0일,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7월말, 누워서만 탑승가능하다며 일반좌석 여섯 개를 마련하라는 통고 앞에 출국직전에 공항에서 병원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었던 라본. 그러나 이제는 어느덧 당당히 앉아서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어 그 감격이 더욱 컸다.

(사)지구촌사랑나눔 부설 이주민의료센터는 외국인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을 위한 무료 병원이다.

1996년 외국인노동자 주말진료소로 조그맣게 문을 열었다가, 사회 각계각층의 후원을 받아 2004년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으로 개원 했다. 그리고 6주년을 맞았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 30여개 나라의 어려운 이주민 22만 명을 치료했다.

상근의사가 진료하는 내과,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와 함께 협력병원과 연 2,213명의 의료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치과, 이비인후과, 소화기내과, 안과, 피부과, 방사선과 등의 진료를 한다.

이외에도 본원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환자는 인근협력병원으로 무료진료 및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국각지에서 온 환자들이 머무를 곳이 없을까 싶어 남녀 각 100명이 생활할 수 있는 쉼터와 하루 3식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도 운영한다.

6년 전, 김해성 목사가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무료병원’을 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만류했다. 돈한푼 없이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하냐고 주위의 걱정이 많았다.

그때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아 감기나 파상풍 같은 흔한 질병에도 목숨을 잃는 일이 흔한 일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겠다’고 의원을 연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최소한 터무니없이 사망하는 외국인노동자는 거의 없어졌다.

6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석유화학제품 ‘펜졸’을 두통약 ‘펜잘’인 줄 알고 먹어 병원에 실려 온 사람. 기적 같이 탄생한 방글라데시 아기 ‘오심’... 그리고 먼 타국 땅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외국인 노동자들, 눈물겨운 장례의 순간들...

감사한 일도 많다.

운영비를 감당해낼 길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매년 수 천 만원을 기부해 주는 ‘여호와이레’라는 이름의 후원자, 발신인 이름도 없이 수 천 만원이 든 박스를 퀵서비스로 보내준 사람. 그리고 작년, 연간 운영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 병원이 폐쇄위기에 몰렸을 때 도움을 주었던 많은 개인과 후원기업들... 그리고 10여명의 상근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평일 300명, 주말 400명의 내방환자들을 2,213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정성으로 진료해 주고 있다.

특히 작년에 입원실과 수술실을 폐쇄한 상태에서 5주년 기념행사를 치른 것에 비해, 6주년을 맞는 올해는 모든 것이 비교적 제대로 운영되고 있기에 감격이 남다르다.

이주민의료센터의 내방 환자는 90% 이상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급여의 대부분을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최저생활비로 생활하는 중국동포나 이주민들에게 이주민의료센터는 최소한의 자존감과 건강을 지켜주는 보루이다.

이주민의료센터 윤수진원장은 “이주민의료센터는 비단 외국인들만 돕는 병원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중요한 기간산업이지만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영세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들도 간접적으로 돕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산업재해 발생 시 환자도 신속히 치료받아 좋지만, 만약 이주민의료센터 같은 무료 진료 서비스를 받을 병원이 없다면 사업주는 공상처리 비용으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이주민을 돕는 길이 바로 우리 이웃이요 가족을 돕는 길, 나라를 살리는 길임은 여러모로 자명한 사실이다. (후원문의 :02)863-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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