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두꺼비

<신길우의 수필 193>

2010-09-04     [편집]본지 기자

 

 

꽃뱀이 두꺼비를 만났다.

머리를 쳐들고 살핀다.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꼬나본다.

 

울퉁불퉁한 피부는 뭐람.

분명 독이 있을 것 같다.

함부로 잡아먹을 것은 아니다.

 

두꺼비도 꼼짝 않고 생각한다.

요놈이 왜 가만있지?

먹을 바에야 어서 잡아먹어.

괜히 애만 태우네.

 

두꺼비는 큰 눈을 껌뻑였다.

뱀은 여전히 바라보기만 한다.

 

날파리 한 마리가 두꺼비 눈두덩에 앉는다.

두꺼비는 앞발을 들어 쫓았다.

날았던 파리는 또 내려앉는다.

두꺼비가 다시 쫓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순간 뱀이 두꺼비를 한 입에 물었다.

두꺼비가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았다.

 

두꺼비는 죽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독을 뿜었다.

그리고는 온힘으로 알을 낳았다.

 

뱀은 두꺼비 독으로 죽어가고

두꺼비는 뱀의 입안에서 죽어간다.

서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둘은 각자의 삶을 마감한다.

 

그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두꺼비 알들은 저마다 깨어났다.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남한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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