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 딸과 함께 살고싶어요"
사연들 중에는 한국국적을 회복한 딸이 부모님의 국적 회복을 애타게 요청하는 한 사연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동포였던 노설매씨는 8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 당시 1녀 2남의 장녀였던 그녀는 먼 타지행을 택하면서도 잘 사는 모습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러한 결심도 잠시.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남편에게 결혼 전부터 큰 빚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진 빚은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것으로 다가왔고 신혼 초기에 그녀는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멀리 있는 딸로부터 전해진 이같은 소식은 부모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모님이 딸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한국행을 결심한 것도 바로 이때. 한국을 찾은 설매씨의 부모님은 그동안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 딸을 돕고자 노력했지만 빚의 액수는 줄어들기는커녕 늘기만 했다.
설매씨의 어머니는 “딸이 하나라서 공주처럼 키웠는데 지금의 딸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아버지는 현재 몸이 좋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고 내가 주변의 농가에서 가끔 일당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부여에 살고있다. 그녀의 남편은 택시 운전을 하지만 한달에 버는 돈은 고작 50~60만원. 그나마 월급의 대부분은 빚을 갚는 데 쓰여 그녀는 한달에 10만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하고 속아서 왔다는 생각에 이혼하고 가려고 했지만 남편이 폐인이 될 것 같아서 가지 못했습니다. 부모님도 결국에는 제가 살려고 하는데 우리가 어쩌겠냐고 하시며 저를 돕기위해 한국에 주저 않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빚은 해마다 이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에 1억 3천만원이 됐습니다. 중국에 있는 두 남동생에게 생활비도 못 보내는 터라 미안해서 전화도 못하고 있고, 친척들 사이에서는 부모님을 고생시킨다고 저에 대한 원망이 큽니다. 시골에 사는 사람이 땅 한 평, 논 한 평 없이 빚까지 걸머쥐고 사는 것은 정말 절망적인 일입니다” (노설매씨의 호소문 中)
설매씨에게는 올해 학교에 들어간 첫째와 4살인 막내를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다. 그녀는 두 딸을 보면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고통과 무게가 아이들에게 전해진 것 같아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그녀가 신혼 초기에 겪었던 잠깐의 우울증은 첫 얘를 낳은 뒤에도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병세가 깊어졌다.
“정신적으로 시달리다보니 우울증까지 겹쳐서 얘들을 폭행하고 집안의 살림까지 다 던져서 부수고 … 급기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대전에 있는 정신과를 큰 딸과 함께 찾아 갔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 아이를 폭행한 것이 결국 애까지 우울증을 앓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갔는데 놀랍게도 다른 치료와는 달리 정신과는 달리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다시 갈 엄두도 못내고 나중에는 동네 교회로 나가서 지금 목사님의 인도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노설매씨 호소문 中)
그녀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하고 집안의 물건을 다 부수는 등 우울증이 아주 심해서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기 직전의 상태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때 그녀는 자신의 첫째 아이를 때리곤 했는데 주위에서 친엄마가 맞느냐고 할 정도로 폭행의 정도가 지나쳤다고 한다.
그녀는 “아직도 첫째는 그때의 상처로 마음이 심약하고 엄마를 무서워하는 등 상처가 아이에게 남았다”며 “정신을 차린 뒤 아이를 제대로 알아보았을 때의 아픈 마음은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녀는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가면서 병도 차츰 회복이 되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쌀도 얻고 아이들 옷도 얻으면서 도움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 동네에서 도움만 받을 수는 없는 것이고 지금의 상태라면 돈을 갚기 위해서 앞으로 최소한 20~30년의 소요될 것을 예상해야한다.
설매씨는 “중국에 있던 집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허물어졌고 아파트를 가지기 위해서는 돈을 보내야 했는데 제 사정 때문에 돈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에 집이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하고 “부모님을 결코 아무것도 없는 신세로 이대로 보낼 수 없습니다. 국적을 취득하여 여기서 같이 살수 있도록 꼭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부모님 역시 “중국에 아들이 둘 있지만, 어떻게 1억 3천 이라는 빚을 떠안고 생활하는 딸을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라며 “지금 한국에서 영원히 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딸과 함께 있으면서 돈을 갚아나가고 싶습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국적 취득의 길을 자신들에게 열어주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