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지 … 돌아가도 갈 데가 없는 형편인데”

2005-03-31     김민경 기자
 

 지난 30일 서울조선족교회로 향하는 조선 동포들의 발걸음이 속속 이어졌다. 이날 조선 동포들에 대해 새로 실시된 자진 귀국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 어려운 중국 동포들의 호소단 조직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임을 주최한 서울조선족교회는 “불법체류 근절을 위해 3월 15일 공고한 정부의 조치는 동포들에게 도움으로 작용할 것인 반면 이러한 혜택을 받기 어려운 동포들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면서 “중국에 돌아갈 수 없는 어려운 사정이 있는 동포들을 위해 이들의 입장을 조직화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조선족교회의 서경석 목사는 “일전에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모이라’ 는 전달 외에 어떠한 광고도 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은 동포들의 가지는 사정이 얼마나 절박한 것들인가 엿보게 된다”라고 하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이번의 혜택 이면에는 제외된 사람들이 문제를 안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울 조선족교회는 이들의 호소가 정당하다고 믿어 이들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벌이는 일련의 호소행위들을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자진 귀국 프로그램에 대해 실시한 본사 설문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정부의 새로운 조치에 대한 동포들의 이해와 호응은 컸다.

 당시 동포 중 57%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동포들의 동참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귀국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대부분은 임금체불, 사기피해, 전 월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이유, 질병,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 프로그램 홍보부족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이 문제가 해결될 경우 얼마든지 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앞으로 시행될 법에 기준을 맞춰 귀국하지 않은 동포들에 대한 외적강제를 강화하고 강력한 단속의지를 다지고 있어 이에대한 동포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동포 임영숙 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녀는 임금체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월 2일로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귀국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3월 21일 길거리에서 붙잡혀 추방당하게 되었다.

 친구의 안타까운 사연을 직접 겪은 임영숙 씨 주변의 한 동료는 “친구의 사정을 곁에서 목격한 뒤 함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고 말하며 이번 호소단에 동참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의 이번 발표는 불법체류 근절이라는 취지임에도 그를 위한 근본적이고 세심한 해결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3월 15일 발표에 따라 불법체류자가 귀국하면 1년 후에 재입국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했으나 3월 21일 이후에 불법이 된 사람들은 이번 혜택에서 배제되었다. 그간 홍보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지적되는 사항이나 귀국을 빠르게 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귀국준비기간이 필요한데 그러한 사항에 대한 배려보다는 엄단한 법집행 의지만을 불태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서울조선족교회는 귀국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사람들에 한해 이들을 구제할 보완책 마련이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먼저 5월 21일 이전에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귀국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두달의 유예기간을 마련해 붙잡히더라도 정부가 이들을 석방시켜 줄 것을 제안했다.


 또한 딱한 사정으로 귀국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심사를 통해 이들이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배려하도록 함께 요구했다.

 

 임금 체불 문제 의 경우 많은 동포들이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교회측은 노동부가 한시적으로라도 5월 21일 이내에 출국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구입한 사람의 경우 불법체류자의 임금을 받아주는 것을 적극 도와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한 중 수교 전에 입국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중국을 떠난 지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중국에 연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 체류자격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며 한 중 수교 전 입국자 문제는 그간 법무부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을 한 부분이기도 했다.


 이날 귀국하지 못하는 이유를 가지고 교회에 모인 중국 동포들은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호소활동에 돌입했다. 농성 기간에 필요한 숙식은 교회 측이 제공하기로 돼있다. 호소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인원은 30여명. 이들은 호소 기간을 20~30일로 잡고 있지만 ‘한사람도 남지 않을 때까지’를 목표로 삼은 이들에게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