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문지식만이 조선족을 살린다
‘일만 하는 것에 … 사회활동 폭넓게 해야’
중국 조선동포들 사이에서 “조선족이 현재의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전문지식을 갖춰 나가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조선족 온라인 토론방에 글을 올린 한 중국 동포는 “외지에 취직하는 조선족 대부분이 사무직을 원하면서도 자기 계발에 소홀한 면이 있다” 며 “취직이 가능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말과 중국말을 하고 컴퓨터를 다루는 정도의 이런 방식으로는 사회의 당당한 일꾼으로 장기적인 발전을 꿈꾸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사회에서 조선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노무나 단순한 취직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배우는 것”이라며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은 머리를 쓰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나 자동차 수리 미용 기술을 배우는 것 역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다”고 말했다.
한 동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한국 회사에서 번역이나 하고 각종 문서를 처리하는 보통 직원이었으나 장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혼자서 책을 보며 디자인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전문 서적과 잡지들도 많이 챙겨 보는 노력을 한 결과 현재 디자이너라고 불리고 있다”면서 “그냥 사원이 아닌 전문인으로 돈을 벌게 되니 취직도 보장되고 미래에 대한 위기감도 적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선동포는 “개인적으로 조선족이 인터넷을 통해서 저렴하게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에서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고 “학위까지는 아니라도 수료증을 발급해 주어서 직장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자만이 당당한 일꾼으로서 사회와 함께 발전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귀하고 독립적인 기술을 갖추는 등으로 자신을 계발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 내 조선동포들도 예외 없어
전문성을 갖추는 것만이 조선족이 앞으로 살아나갈 길이라는 인식은 한국 사회에 진출한 조선 동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는 오모씨는 중국에서 컴퓨터학과를 졸업했다. AS기사로 경력을 쌓은 뒤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직장에서 행정업무와 기기관리, 행사관련 준비 등의 일을 주로 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한국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을 얻은 것은 무엇보다 중국에서 컴퓨터라는 전문분야를 미리 구축하고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사무관련 컴퓨터 기술을 배웠는데 이것이 지금 직장을 얻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며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알기가 쉬었고, 화상 채팅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효과를 밝혔다.
중국에서 전문기술을 갖춰 한국 사회에 진출한 성공적으로 취업 사례는 다양하다.
중국 동포 장 모씨 한국에서는 배를 만드는 조선업이 발달해 조선 분야에서 취직 기회가 많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을 보장 받는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는 중국에서 미리 3개월을 준비해 용접기술 자격증을 따고 한국에 진출해 조선업체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한 동포는 평소 한국의 교육산업에 관심을 갖고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뒤 한국 학원에서 중국어 강사로 취업을 했다. 이는 그녀가 한국은 중국어 전공자를 중국어 강사로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에 맞는 준비를 미리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현재 역삼동에서 회계일을 하고 있는 유모씨의 경우이다. 회계를 전문 업무로 하는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던 그녀는 현재 회사 내에서 실력을 크게 인정받고 있다. 회사는 그녀가 불법신분임에도 이에 개의치 않을뿐만 아니라 그녀가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쉬게 되어도 대체할 인력을 찾기가 어려워 그녀에서 회사에 다시 나와주기를 독촉할 정도하고 한다. 유모씨는 기술을 갖춘 전문 직업인으로서 한국에서 당당히 대접을 받고 있는 경우이다.
오씨는 젊은 사람 대부분은 결국 사무직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그러기 위해서 “전문지식을 얻는다면 한국 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고 사무 처리도 배울 수 있다”면서 “자신이 중국에서 쌓은 전문 실력을 잊지 않으면서 다시 중국에 돌아갔을 때는 중국에서 경력을 또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등의 전문성 구축에 대한 장점들을 나열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에 한국 땅을 밟은 동포들도 ‘이 지식을 언제 써먹을 것인갗 라고 반문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지식을 얻는 것이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족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에서 실시하는 간단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간단한 영어와 컴퓨터 강좌를 들어도 자신의 비자나 서류에 있는 영자를 직접 확인 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얻는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오씨는 한국에서 취업하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동포들에게 “일만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한국 내에서 사회 활동을 폭넓게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는데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 세상일에 아는 것이 적은 동포들 중에는 이번에 실시되는 자진 출국 프로그램에 대한 소식을 모르는 이들도 발견되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인맥이 한국 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척이나 친구 등 여러 정보원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포들은 이밖에 인터넷 동호회나 토론방등 온라인 이용과 조선족 모임, 조선족 옹호 단체 등과의 접촉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더라도 그것을 이용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전문성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회사와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오씨는 마지막으로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동포들은 여기서 몇 년 지내다 보면 나이가 들어서 돌아가는데 그냥 가지 말고 기술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조선 동포들 사이에는 일에 대한 정보와 전문성을 갖추기보다는 막연한 희망에 기대 준비 없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이 한국 방문을 잠깐의 축재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을 강화하고 중국 동포들의 낮은 프로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 동포들의 사회적 지위에 악영향을 끼치고 조선동포들의 성공적인 한국 생활을 막는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