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신길우의 수필 190>
“왜애앵――
갑자기 매미 소리가 크게 울린다. 열린 연구실 창문 앞에 다가서서 밖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왕매미 한 마리가 3층의 내 눈높이쯤의 프라타너스 둥치에 앉아서 울어대는 것이었다.
매미와의 거리가 20미터는 충분히 되는데도 매미소리가 크게 들린다. 제 딴에는 좋아서 부르는 노래겠지만, 지금 내게는 그냥 시끄러운 소리로만 들린다.
나는 매미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노래를 하니? 조용히 부르면 듣기도 좋을 텐데.”
그러자 매미가 이렇게 대답한다.
“작은 소리로 부르면 암놈들이 찾아오겠어요?”
그렇다. 매미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암놈들을 부르기 위함이다. 우리가 생각하듯이 우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이성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그들만이 아는 그들만의 소리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나는 매미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또 물었다.
“너희들도 큼지막한 두 눈을 가지고 있잖니? 그러니 화려한 몸빛을 하면 암놈들이 쉽게 찾아올 게 아니냐?”
그러자 매미는 어이없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잖아도 우리 같이 작은 것들은 새한테 잘 잡혀 먹혀요. 그런데 화려한 몸빛으로 살라고요? 더구나 우리들은 청력은 좋지만 시력은 좋지 않지요. 그러니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암놈들이 어떻게 찾아와요?”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시끄럽다는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 부끄럽기만 하였다.
실제로 매미의 삶은 한두 달 정도이다. 굼벵이 시절은 3, 4년; 길게는 15년, 17년인 녀석도 있다. 그러므로 성충인 매미로서 사는 기간은 짧은 것이며, 그것도 종족 보존을 위한 마지막 삶의 기간인 것이다. 따라서 암놈 매미의 입장에서는 본능적으로 가장 기운차게 우는 숫놈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크게 소리를 질러도 더 큰 소리를 내는 녀석을 선택한다. 그러니 숫매미 입장에서는 가장 큰 소리로 가장 크게 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어 번 더 울던 매미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암매미들이 있는 곳을 찾아 또 떠났는가 보다.
나는 갑자기 조용해진 상황에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삶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삶이란 그 어느 것에도 다 신비한 이치가 담겨 있다. 다만 우리가 오감으로만 느껴 알기 때문에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