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라도 갚을 수 있게...
6년간 투병 끝에 떠난 아들 치료비 갚을 때 까지만
한국에 머물길 호소해
“아들이 남기고 간 자리가 너무 큽니다...”
중국동포 박광화(41), 최명숙(39)씨 부부의 하나뿐인 10 살배기 아들 호남이가 갑자기 백혈병에 걸린 것은 2000년 6월,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1천 만원을 빌려 박씨가 한국에서 돈을 벌러 간지 불과 한달 뒤의 일이다.
한국에서 돈도 벌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박씨가 한국에 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갑자기 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병원 검사 결과, 백혈병이란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 후, 부인 최씨는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중국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빌린 돈 1천 만원은 갚지도 못한 채 박씨는 월급 대부분을 아들의 치료비로 중국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의 힘겨운 투병생활이 4년을 넘길 무렵인 2004년 6월, 서울조선족교회의 도움으로 박씨 부부는 한국에서 아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연세대학교회와 세브란스 병원 등의 재정적인 지원 아래 약물 치료 등 백혈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박씨 부부와 아들 호남이가 한국에서 6개월 째 투병생활을 견디던 지난 12월 드디어 골수가 일치해 기증이 가능하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5,000만원에 가까운 수술비가 들었지만 부부는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기쁨으로 치료비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12월 19일, 드디어 골수 이식을 받은 아들은 병세가 호전되는 듯 했으나 갑자기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서 아들의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수술 3개월 만인 2005년 2월, 6년 간의 투병생활 끝에 박씨 부부만 남기고 아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깊은 슬픔에 잠긴 부부는 아무 희망도 없이 제대로 생활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약물치료와 골수 이식을 하면서 들어간 돈 중 재정적으로 도움 받은 것을 제외하고 이들의 몫으로 남겨진 4,000만원의 막대한 치료비는 박씨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박씨는 3월 체류기간이 끝난 상태로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최씨 또한 오는 8월 체류기간이 만료되지만 빚을 갚으려면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박씨는 “아내가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현재 취직을 할 수 없는 상태라 나 혼자 힘겹게 일 하고 있다”며 “불법체류 단속이 심한 요즘 나도 잡힐까 조마조마하여 너무 힘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 부부의 얼굴에는 그 동안의 힘든 투병 생활과 아들을 잃은 슬픔, 심적인 고통으로 깊은 그늘과 아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한편, 서울조선족교회는 이들 부부의 사연을 법무부에 호소하고 선처를 요구할 예정이다.비록 법을 어기고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아들이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랑을 받고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감사하다”는 이들 부부에게 다시 한번 희망의 빛이 내리쬘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