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 대안들 41

<곽승지 박사의 연변리포트>

2010-06-03     [편집]본지 기자

3.

연변의 현실만을 놓고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자원도 없고 인재도 없고 비전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변의 미래를 말하는 이 순간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연변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에게 한민족의 미래가 있고 또 동북아시아공동체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연변과 조선족동포를 통하지 않고도 한민족공동체와 동북아시아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연변과 조선족동포와 함께 미래로 나가려는 것은 연변지역의 역사성과 조선족동포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고집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것과 병행해 당장 두 가지 일을 시작해야 한다.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만드는 것과 부강한 연변을 만드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성사되면 연해도시로, 한국 등 해외로 나가고 있는 조선족동포들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며 이미 연변을 떠난 동포들도 다시 연변으로 돌아와 조선족사회가 활력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간의 갈등도 줄어들게 되고 한민족공동체 형성의 가능성도 커지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동북아시아공동체 건설의 비전도 더 분명해 질 것이다.

 

0. 건강한 조선족사회 만들기

조선족사회는 병들어 있다. 그것도 중병이다. 더 큰 문제는 중병을 앓고 있는데도 이를 치료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물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진단해 보려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기 까지 한다. 최근 조선족사회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며 문제를 직시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선족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회구성원들 다수가 돈을 쫒아 탈연변을 꾀하는 쏠림현상과 이러한 문제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나 크고 작은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족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 역시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그 부작용이 한계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중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배금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주변에서 가정이 해체되고 아이들의 탈선을 눈으로 보면서도 기회만 닿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또는 연해도시로 나갈려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만드는 일은 조선족동포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보다 가치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달라질 것이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가족들과 함께 단란하게 한 세상을 사는 것도 괜찮은 세상살이 임을 알게 되면 굳이 가족과 생이별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조선족동포들은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세상을 사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깨달을 기회를 접할 수 없다. 이들을 일깨워줄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사회 내에 그런 기능을 담당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사회주의체제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의 사회현실에 비추어 볼 때 당장 이런 역할을 할 시민사회의 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물론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그런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의 하나이다. 조선족사회의 건강지수는 최악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런 문제에 비추어 볼 때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조선족동포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계몽하는 것이다. 아울러 조선족사회가 스스로 자각하여 이를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도록 경험을 나누고 힘을 보태야 한다.

현재 연변에는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몇몇 단체들이 있다. 인터넷매체 조글로(www.ckywf.com)와 연길시가정문화상담원, 연변아리랑창업지원협회 등등. 그러나 이러한 일이 전 시민을 상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한정된 범위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져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또 일부 한국의 NGO와 개인들이 독서운동이나 불우이웃돕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아주 작은 부분만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사회가 직접 그들을 돕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조선족사회가 스스로 그런 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조선족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또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족사회가 그렇게 변하면 한국의 시민사회도 더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낼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조선족사회 만들기’를 위해서는 #조선족단체들과의 시민운동 및 연대 #도시 및 농촌에서의 계몽운동 #이주 조선족들의 연변돕기운동 #조선족귀향 운동 등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에 나가서 생활하는 성공한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 중 다수는 연변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차후 연변으로 돌아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하도록 미리 준비시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조선족사회의 현실을 보며 그들의 태도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들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데 대한 반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조선족사회 뿐 아니라 중국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사회주의체제가 남긴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조선족사회의 미래에 관심이 있다면 “세상을 혐오하기 보다는 분노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연대에 동참하라”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한 명제를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수밖에 없다.

불이사상에 따르면, 개인적 변혁과 사회적 변혁도 분리할 수 없다. 그러니 시작은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밖에 없다. 나부터 조선족사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아울러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0. 부강한 연변 만들기

조선족동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하며 외지로 나가는 것은 연변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연변은 남한의 절반 가까운 면적에 고작 2백17만5천명이 살고 있다. 자체 시장이 형성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개혁개방정책과 한국과의 수교로 상황은 달라졌다.

변화된 상황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연변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 결과 연변 전체의 경제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변방에 위치하고 있어 개혁개방의 과실을 제대로 맛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노무송출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결과이다.

경제수준이 높아졌다고 하여 연변이 부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여러 가지 점에서 훨씬 더 취약해 지고 또 많은 문제가 새롭게 덧붙여졌다. 특히 조선족사회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거주인구의 감소 현상과 사회적 일탈, 빈부격차가 늘어남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 도시화에 따른 농촌의 피폐화 등등. 부분적으로는 연변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의 일반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연변과 조선족사회의 미래에는 치명적인 일들이다.

최근 중국당국은 연변을 포함한 동북지역의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연변지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당국의 의지에 따라 일정한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조선족의 삶의 터전으로서 연변, 동북아시아공동체의 중심으로서 연변과 그 행위자로서 조선족사회의 위상에는 오히려 역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연변의 발전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발전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변의 미래는 조선족이 함께 할 때 의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강한 연변을 만듦으로써 조선족동포들이 다시 찾는 연변이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가 그런 연변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부강한 연변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이나 연해도시 등으로 나가지 않고 연변에서도 충분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기업인들이 연변에 많은 투자를 하여야 가능하나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본을 투자할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한국기업의 연변진출을 장기적 관점에서 통일비용 차원에서 접근 하는 것이다. 남북한 및 중국 3자간 월경협력을 강화하여 연변을 미래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한국정부가 기업의 연변투자를 통일비용 차원에서 지원해 준다면 기업인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남북한과 중국이 3자간 월경협력을 강화할 경우 북한을 통한 해상수송로를 확보함으로써 연변의 기업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연변의 미래에 대한 중국의 기대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결코 비관적인 것만도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에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향후 경제 집적지역이 동아시아의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중국정부의 개발의지 및 자원보유 현황, 한국 및 일본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동북3성지역이 새로운 경제 집적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조선일보, 2005.11.17)

또한 중국은 동북3성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이른바 동북진흥개발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된 이 지역을 개발하려는 중국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한국과 일본 등 외국의 참여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 한국정부는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계획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동북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위한 한중협력을 촉진시키는 한편 조선족사회의 거점으로서 연변을 부강하게 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변지역의 넓은 농지를 활용한 새로운 농법을 이용하여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등 농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이는 농산물 가격이 낮은 현실을 감안할 때 큰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장의 수입에 목말라있는 조선족동포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대다수 조선족동포들이 이미 농사짓는데서 마음이 떠났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농업의 미래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 최근 바이오에너지 열풍으로 농산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변의 농업을 특화시키는 것은 또한 조선족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인 탈농촌화로 인한 집거지 해체를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연변을 비롯한 중국 동북3성의 조선족집거지에는 이제 농사짓는 조선족동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외국으로, 연해도시로 나가 고향을 지키며 집거지에 남아있는 동포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대체로 농사일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한족들이 대체하고 있다. 새로운 동북아시아시대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동안 잘 지켜온 연변의 땅을 소홀히 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남은 땅이라도 조선족들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업을 활성화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셋째, 조선족동포들이 외부에서 벌어온 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무송출로 매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연변에 고용을 창출할만한 생산시설의 건설은 제한적이다. 외부에서 벌어오는 돈이 산업에 재투자되지 않고 소비향락산업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벌어들이는 돈을 모아 생산시설을 건설하는데 투자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조선족사회가 스스로 이런 역할을 할 역량은 없다. 한국사회가 이에 대한 구체적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