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력도 더 필요하고, 동포노동자는 더 선호 해"

이호형 목사의 산업현장 리포트

2010-04-17     [편집]본지 기자

정부는 올해 도입할 외국인 노동자의 규모를 결정하였다. 이에 앞서, 모 일간지에서는 산업현장에서는 중국동포보다는 순수 외국인을 더 선호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올 해는 동포를 한 명도 도입하지 말자고 하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제까지 시민단체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는 문제를 주관하고 있는 노동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동포들을 통해 듣는 바에 의하면 산업현장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내국인들이 3D 업종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노동자를 더 데려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산업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3월 16일 법무부가 주관해서 민관협동으로 실시한 동포노동자의 현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날 경기인천 지역의 공장 4곳을 방문하여 동포들과 사업주의 설명을 들었다.

이들 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업주들은 말하기를, 법이 바뀌어 외국인노동자와 내국인을 똑같이 처우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같은 급료를 주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쓸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중소기업으로 내국인들이 오려고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 문제이다. 한 공장은 10년 넘게 한국인을 고용하지 못해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내국인들에게 정부가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는 한 내국인을 고용하기란 어렵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이들 공장에는 순수 외국인과 동포들이 모두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업주들은 이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굳이 동포 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 가운데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모든 업주들이 동포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 이유는, 우선 말이 통하기 때문이며 동포들은 솜씨가 좋아 일을 빨리 배우고 또 잘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가운데 한 공장은 대형 텔레비전 스탠드를 만들어 전량 외국으로 수출을 하는 업체였는데, 동포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은 20명 정도로 구성된 한 공정을 완전 책임을 지는 반장의 직책을 맡아 있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장은 이 동포가 자기 공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일꾼이라고 했다. 중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데 그가 중국 공장에 가서 근로자 훈련을 담당하고, 또 중국과의 거래 시에 통역을 하는 등 공장 일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주들은 모두 제한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었으면, 하고 제안을 하였다. 내국인이 오지 않고 또 외국인노동자는 정해진 인원밖에 고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바람은, 동포든 외국이든 현재처럼 3년에서 5년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은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면 사업에 도움이 되겠다고 한다. 이유는 이러하다. 한 공정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1년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혀서 일을 맡길만 하면, 체류기간이 만료되었다고 귀국을 한다. 그러면 또 새로운 사람을 뽑아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기술을 가르치거나 한 공정을 책임지도록 맡길 수 없다고 하였다. 실제로 나염 공장이나 염색 공장의 경우 3년, 5년, 10년, 15년의 근속 기간에 따라 생산되는 제품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래 근무할수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업주들은 동포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었다. 동포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일을 하고 귀국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에 임금을 더 주는 업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포들에게 충분한 기간을 준다면, 공장에 와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여러 모로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했다. 수입 면에서도 그렇고, 중국에 돌아가서 일자리를 찾을 때도 그렇다는 것이다. 나염이나 염색 공장 같은 곳에서 기술을 배우게 되면 어느 곳에 가더라도 경력을 인정받아 거기에 걸 맞는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기인천지역의 산업현장을 방문하여 업주들로부터 듣게 된 사연은,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계속된 실태 조사 시 다른 지역의 산업 현장을 참관하고 온 사람들의 생각과 대동소이함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의 업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외국노동자들을 마음대로 고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이 동포라면 더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도입 시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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