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괴롭히지 말아라"
여호길의 칼럼세계
2010-02-26 려호길
오늘 날 조선족사회의 기득권은 과거 수많은 조선인들이 중국혁명에 목숨 바쳐 이뤄낸 결실이며 조선족사회는 재중조선인들의 정신과 기강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발전하였으며 한반도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하였다. 광복과 남북정부수립을 계기로 많은 조선인들이 귀국하였고 귀국하지 못했거나 귀국하지 않은 조선인들이 오늘날 조선족사회를 이루고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냉전은 조선족으로 하여금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권인 조선과 가까워지게 하였고 조선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견해와 역사적 관점을 공감하게 하였으며 반대로 한국과는 이념과 체제의 차이(조선으로 격리된 지리적 원인도 포함.)때문에 멀어지게 되었다. 탈냉전과 함께 중한수교에 이어 조선족의 한국행이 이뤄지면서 한국인들은 ‘못사는 나라에서 온 중국동포’라는 이질감으로 국민감정이 형성되었고 조선족은 한낱 노동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저가인력, 3D업종인력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로 치부되었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의 이질감은 과거 ‘공산권’에 대한 이념과 체제의 거부감까지도 고스란히 들어냈으며 중한양국간의 정치 문화 역사의 풍파와 마찰, 심지어 저질의 중국산이 화제로 떠오를 때마도 재한조선족들은 차디찬 시선을 감지해야했고 심할 때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고마운 것은 개혁개방초기 홍콩인들은 대륙의 중국인들을 가리켜 대륙구(大陸狗)로 비하했지만 한국인들은 조선족을 ‘거지’로 폄하했으니 인정사정은 봐준 셈이다.
그럴 때 ‘페스카마호선상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페스카마호선상살인사건’은 한중수교초기 한국인들이 조선족에 대한 냉대와 차별을 넘어 모욕과 굴욕으로 일관하던 시기에 발생된 사건이었다. 근 반세기동안 ‘압박과 착취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던 빈하중농들이 ‘남조선지주자본가’그리고 악질의 ‘토호열신(土豪劣紳)’들에 의해 피고용인으로 머슴으로 다시 ‘도탄 속에 빠지’는 쓴 고배를 맛보던 시절이었다.
애초부터 조선족은 한국에 민족으로 다가갔고 동포임을 확인받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조선족은 돈 밖에 모르는 ‘돈 벌레’정도로 취급하면서 한국인들과 분명하게 계선을 나누고 인종차별에 맞먹는 수준에서 차별하고 기시하고 심지어 한국인들과 구분이 되지 않을 때면 조선족임을 신고하라고 강요까지 하였다.
결국 조선족은 고국에서 한낱 노동도구에 불과했다. 오랜 세월 한국에 체류한 조선족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생활이 몸이 배었지만 친구다운 한국인친구를 사귀지 못하며 수시로 사소한 일로 한국인동료 상사 혹은 한국친인척들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조상들의 넋이 살아있는 나라에서 당하는 배신을 당신이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당연히 민족과 친인척을 논할 수 없고 오직 돈 하나만을 위함은 그들의 명지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유야 어찌됐던 10여만 명의 조선족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점에서 ‘재외동포법’이 조선족을 제외시킨 것은 한국정부와 국민의 수준을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김해성목사는 문현순 등 3명의 조선족을 내세워 ‘재외동포법’위헌소송을 냄과 동시에 농성을 통하여 헌재로부터 ‘재외동포법’위헌판결을 받아냈고 서경석 목사는 ‘국적회복운동’이라는 극단적 운동을 통하여 회귀본능의 논리로 조선족의 민족정체성과 지위를 논하고 나섰다.
김해성목사의 ‘재외동포법개정운동’과 서경석 목사의 ‘국적회복운동’은 한국에서 조선족의 ‘천부적 권리’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놀았으며 참여정부가 동포포용정책과 함께 방문취업제를 실시하는 계기로 되었다. ‘두 사건’은 한국에서 조선족의 역사적 신분을 명랑하게 하였으며 한국정부의 중시와 함께 민족으로 고국에 다가설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동포포용정책과 무관하게 허다한 한국국민들은 조선족에 대한 과거의 이질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냉전시기의 적대적 감정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조선족이라면 불문곡직하고 혐오하고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방문취업제로 인한 조선족의 대량입국은 몇 년간 주춤했던 임금체불과 인권침해 등 고질병들을 다시 이슈화시키고 있다.
물론 재한조선족은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인에 비하면 민망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문화수준이 낮고 매너가 없고 자기밖에 모르며 협동정신이 결려하고 믿음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한국에 공짜를 달라고 하지 않았으며 좋은 일자리를 달라고 하지 않았으며 한국인에게 양보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며 저들끼리는 안하무인일지라도 한국인을 ‘한국 분’이라고 추대할 줄 알며 뒤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한국 놈들은 다 똑같다.”고 하면서도 앞에서는 한국인들한테 웬만히 당하는 것쯤은 웃고 넘어가기로 작정한 사람들이다.
미우나 고우나 조선족은 한반도사람들과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동포이며 어쩌면 ‘고국에 돌아와 살 수도 있는 민족’으로써 결코 미움으로 일관되어야 할 무리들이 아니다. 그들은 과거 조선인들의 후예로써 암울했던 한반도사이며 일제치하 서러웠던 한민족사이기 때문이다. 자기 역사를 괴롭히고 민족과 인권에 미성숙한 국민이 선진국 국민이 될 수 있다는 세상이 요상할 뿐이다.
2010년2월25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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