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과도 단속, 폭행도 서슴지 않아
불법체류자에 대한 과도한 진압과 단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인권적인 차원에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중국동포 정경수씨(35)는 지난 1월 21일 오후 5시 경 가리봉동의 한 시장 앞을 지나가다 출입국관리소 조사과 직원의 불심검문에 걸리고 말았다. 직원들에 의해 봉고차에 올려타려던 정씨는 순간적으로 도망가려고 했고 얼마 못 가 바로 붙잡히고 말았다.
정씨가 붙잡히자마자 그 자리에 있던 출입국 직원 5명이 정씨를 둘러싸고 때리기 시작했다. 그 중 한명이 주먹으로 정씨의 가슴을 심하게 가격했고 숨이 막힌 정씨는 한동안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얼마가 지난 후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내쉬자 또다시 직원들은 발로 얼굴을 내려 차고 얼굴에 주먹질을 해대며 봉고차에 정씨를 밀어 넣었다.
출입국 사무소로 끌려가는 차 안에서 정씨는 왼쪽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목동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해 보호실에 갇힌 후에도 심한 통증이 계속되자 정씨는 다음날까지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직원들은 철저히 정씨의 요청을 무시했다.
도저히 견디다 못한 정씨가 소란을 피우자 그제서야 출입국 직원들은 마지못해 정씨를 E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정씨는 폭행에 의해 왼쪽 갈비뼈 두 데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진단되었다.
정씨는 의사에게 입원 수속을 부탁했으나, 출입국 직원들은 그냥 의사에게 약이나 지어주라며 중상을 입은 정씨를 다시 출입국 보호실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정씨는 보호실에 갇힌 채 너무도 억울하여 112로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조사를 나온 경찰에게 출입국 직원들은 정씨를 만나보지도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정씨를 보호실로 강제로 밀어넣는 장면 등이 담긴 CCTV 화면은 모두 삭제하고 평범한 화면만 보여주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서울조선족교회 인권센터가 정씨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1월 24일, 출입국 관리소를 찾아 항의하며 다른 병원에 갈 것을 요청하자 출입국 보호실 실장은 "차가 없다,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1차 진단 받았던 E병원에 다시 정씨를 데려갔고 병원 측으로부터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어이없는 진단을 받았다.
1월 25일, 정씨의 재요청으로 다시 검사를 받은 병원에서는 4주 진단이 내려졌고 이제 얼마 후 정씨는 일시보호해제 대상으로 나오게 된다.
"치료비는 커녕 일시보호해제라는 명분으로 폭행 사실까지 무마시키려고 한다"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한 정씨는 "공무집행이라지만 중국동포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었어도 이렇게까지 했을지 묻고 싶다"며 "아무리 불법체류자라지만 같은 민족인데..."라고 성토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계속되고 있다. 힘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당당한 법집행'이라는 말로 법의 그늘 속에서 폭행을 하는 등 더 이상 대한민국이 외국인근로자에게 '무서운 나라'로 기억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