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사는 비결(김철우 시 묶음)
즐겁게 사는비결
내게는
오늘만 있다
어제는 추억속에 깊이묻고
래일은 아직없다
하루살이처럼 짧은일상
기쁨에 웃음에 즐거움에
한껏 퍼지워 향수하다
무대위의 막이 내리면
행복했다 일지에 적어넣고
시침이를 떼는거다
별이 없다
내 하늘엔 아직
별이 없다
땀에 얼룩진
꿈이 있을뿐
불러도 대답없는
텅빈 공간엔
그리움만 거짓처럼
하얗게 흐르고
노을비낀 서천에
유령처럼
아쉬움이 펴오르고
어둠속에
맞힘표가 떠오른다
하늘땅이 맞붙은
지평선 넘어
옛말처럼 사라지는
당신의 초라한 뒤모습
아직별은 안보인다
메아리
내맘에서 우러나온 목소리가 아닌데
내얼굴이 부끄러워 붉어짐은 웬일인가
저녁노을 색바래는 막고개에
무화과 나무잎이 어설프게 날리는데
하얗게핀 억새꽃을 바라보며
래일의 기약없는 주소를 찾아본다
그리움이 안개처럼 감도는
저기먼 지평선 넘어엔 내꿈이 있을가
메말라 앙상한 이가슴에도
숨결같이 고드로운 봄이올날 있을가
내마음을 뒤집으면 잠을깬 목소리가
계절넘어 멀리로 메아리쳐 퍼진다
계절의 문턱에서
이제 나는 옷을 갈아입을 때이다
래일이 미소짓는 계절의 문턱을 밟고서서
출항을 기다리는 배고동소리를 듣는다
어제날의 먼지낀 이야기들은
세월의 파도속에 날려보낼 미련이다
청자빛 새꿈을 가슴에 보듬어 안고
아리랑 고개넘어 내가갈길 멀고험하다
시간에 쫓기워 저만큼 멀어가는 계절이
안개속에 가리워 눈앞에서 사라지면
지평선 넘어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살갗에 스쳐가는 바람따라 옷여미고
무대에서 노래를 끝마친 가수처럼 미련없이
돌아서서 이자리를 떠나갈 것이다
동화속의 이야기
그날도 오늘처럼 변덕이 많았다
아침에 출근할땐 거울처럼 맑던 하늘이
퇴근종이 울리자 오랫동안 기다린듯이
억수로 소낙비를 퍼부었다
남들은 자가용을 타고서 뿔뿔이
집으로 돌아간지 오래됐는데
계단아래 세워놓은 자전거를 바라보며
초조히 비끊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댓줄기를 드리운듯 굵어져 가는빗살
좀처럼 멈출기미 보이지 않자
막무가내로 비속에 뛰여들어
54호 뻐스역을 바라고 걸음을 재우쳤다
물에빠진 병아리 신세되여 움추린몸
추워서 허둥지둥 헤매는데
갑자기 우산이 머리우에 씌워졌다
낯모를 여성이 상긋이 웃으며
발걸음 맟춰서 걷는다
불과 십오분 거리지만 나에겐
잊지못할 천리길로 이슬에 젖었다
한마디말도 서로건너지 않았지만
천만줄기 감격이 가슴속에 흘러갔다
오랜세월 흐른지금 비만오면
그녀의 복스런 얼굴이 쪽문열고
그때처럼 화사히 웃어준다
꽃샘시절
푸름이 아직은 꿈보따리 베고누워
어둠속에 잠꼬대를 하고있다
양지바른 언덕에서 달래캐는
멋쟁이 도시여인
이른봄 갈아가던 덜먹총각
담배피는 더벅머리 목이삐뚤라
무심결에 돌아보는 여자 눈길에
하늘의 예조리 쳐다보는척
점심때가 돼가는데
장사래 두이랑 갈아업고
꽃바구니 넘쳐나게 달래캐고
언덕을 내려가는 뒤모습만 바라보네
겨울강
생선처럼 팔딱이던 옛말들이
땅땅한 고독속에 갑갑하게 갇혀있다
파란꿈이 미소짓는 봄언덕이 그리워
님떠난 자리에 향기가 글썽하다
고달픈 여윈가슴 부둥켜 안고서
터엉빈 까치둥지 외롭다
지난가을 꽃이지던 설음을 못지워
아픔이 고인눈을 감은 강은
멈춘시간 넘어로 지평선 바라보며
옷벗고 누운산이 깨여나길 애타게 기다린다
꽃샘시절
푸름이 한껏 부풀어 올라서
어둠을 부수고 뛰쳐 나오고 싶다
귀간지럽히는 바람의 속삭임에
태질하며 돌아눕던 원초의 본능이
꿈을깨고 살몃이 고개를 쳐든다
그리움의 창문열면
밀려오는 거세찬 파도소리
제멋에 부풀어 올라서
어지럼 타는 녀인의 젊은가슴
빗장뽑고 가슴여는 남산언덕
장사래 밭이랑을 갈아가는 덜먹총각
한번쯤은 건너보고 싶은강
꿈속에서 욕망을 불살라 본다
흰누더기속 바위굽에 모록이
연분홍 유혹을 뿌려놓고
늑장을 부리는 계절은
지금 어느고개 넘어오고 있는가
졸작
짧은밤
꿈속에서 헤매이다 눈을뜨니
저녁노을 서녁하늘 진붉게 물들이고
미완성의 풍경에
마지막 획을긋던 서리낀 계절이
빨간년륜 허리에 둘러준다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않는
눈앞에 보여오는 초라한 풍경이
땀흘리며 알심들여
한평생 그려온 화폭이라 생각하니
저도몰래 한숨이 터져 나오고
아쉬움이 안개처럼 퍼져 오른다
이세상에 다녀온 사람들이
돌아갈때 들리는 박물관 진렬장
내이름 새겨놓은 궤속에
누가볼가 슬그머니 부끄럽게 내려놓고
먼지길 되돌아 나오는데
다행히 바람이 락엽한잎 얹어준다
인제는 허물마저 벗어버리고
돌아가는 일만이 남아있다
눈꽃이 날리기를 조용히 기다리며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고
보살님의 입술처럼 유달리 잠푹하여
마음이 조금도 외롭지 않다
아침 뉴스
평상시엔 사람들 발길이 닿지않는
으슥한 공원의 한모퉁이
색날고 먼지낀 걸상위에 그녀가
앉은지는 적어도 세시간
얼굴엔 눈물자국 력력하고
손에는 앙증스런
불란서제 명표가죽 손가방
몸에걸친 옷들은 몇만원 짜리다
아무런 생각도 없는듯
초연한 눈길로 넋없이 하늘보다
조용히 소리없이
가냘픈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낀다
서산마루 타고앉아 바장이며
측은히 바라보던 저녁해가 사라지고
땅거미가 져오는데
좀처럼 떠날념을 않는그녀
그저지켜 보고만 있을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못한 자신이
너무나 안스러워
떨어지지 않는걸음 옮기는데
선생님 사람이 죽으면
정말로 령혼이란게 있을가요
뒤통수를 때리는 뜻밖의 물음에
글쎄요 할말이 궁해져 굳어졌다
이튿날 이른 새벽 이슬차며
산책을 나왔다가 그자리에 찾아오니
백발의 안로인이 울면서
들려주는 슬픔이찬 이야기
삼십대 초반의 여대생
꽃같은 한창나이 버리고
떠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인
명성이 뜨르르한 사형수 전임서기
락엽
비에젖은 락엽한장 주어들고
찬찬히 눈여겨 보아라
어제날 푸름이 넘쳐흐르던
메마른 가슴속에
아직도 들려오는 물소리
슬픔의 흔적은
어디에선 찾아보지 못하리라
사랑이 떠난자리
아픔을 보듬어 사려안고
숙명으로 받아들인
아름다운 리별이 별빛으로
눈부시고 있으리라
태여나서 쪽빛으로
짧은한생 햇살을 먹으며
뿌리를 섬기다가
그품에 찾아가 안긴행복
아쉬움도 후회도 없어서
수의마저 빨갛게 노랗게 아름다워
그리움
배고동소리 들려오면
슬픔이 고개를 쳐드는
늦가을의 비오는날 밤이다
심술궂은 잠이떠난 자리에
밀물처럼 고여온 잡생각들
춤사위를 벌리는데
타향의 설음이 끼고앉아
눈물에 젖는마음
고향의 향기가 그리워
어둠속의 시간을 끌어안고
어릴적 어머님이
불러주던 자장가를 외우며
자정을 지나서
새벽의 창문을 노크하다
텅빈일상 펼친다
같은 신세
신발장엔
헌 구두한짝
초가집엔
덜먹총각 하나
조석으로
마주보며 웃는다
쌍둥인 아니고
더구나 동갑이 아니건만
똑같이
서러운 신세
이역땅에서
괴나리 보짐메고
두루돌아 다니다가
여기엔 왜 왔을가
산설고
물설고
쓸쓸한 이곳에
태줄묻고 자란고향
따뜻한 온돌에서
어머님이 기다리 시는데
굼속에도 못잊어
그품이 그리워
꿈속에 달려가며
조개 껍질
아롱다롱
무늬 고운
조개 껍데기
바다가 그리워
물소리 듣고파
밤마다 울고있네
짝잃은 설음에
밤을 못자며
슬피우네
당신에게
우리 인젠
이렇게 삽시다
서로 이가 잘물린
치륜처럼
정에 얽혀
몸과 마음 안고돌며
생사고락
두 어개에 나눠지고
갈길이
아무리 멀어도
단 한순간
갈라지지 맙시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하늘나라 구름동네
그리움의 골짜기를 가로질러
세월을 거슬러 아득히 올라가면
곰삭은 막고개 너머에
하늘나라 구름동네가 보인다
단군님의 주위에 빙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조상님들
말석에 아버지가 조용히 웃으시며
귀담아 듣고만 계신다
먼지오른 족보책 뿌리따라
천만갈래 뻗어나간 후손들 얼굴이
반도땅 지도에 널려서
하늘의 별처럼 촘촘히 박혀있다
잠간만나 뵈옵고 되돌아 나오는데
기발한폭 내품에 안겨주며
인제는 한자리에 재미있게 모여앉아
화목하게 살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