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고맙다는 시댁의 사랑(송연옥 수기)
작년 여름부터 준비한 취직으로 이력서를 보내기를 몇 십 번... "이래서 힘들구나!", 하는 걸 체험으로 느끼고 체념으로 다른 일을 모색하던 중 며칠 전에 모 학원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을 했고 중국어강사를 하기로 했다.
새해 들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던 지난 연말의 좋은 느낌의 예상들이 들어 맞은 것이다. 학원을 나서서 제일 먼저 소식 기다리는 신랑에게 연락을 하니 선생님이 되었다고 기뻐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서울에 계시는 친정엄마보다도 시어머님께 먼저 연락을 했다. 요즘 바쁘다는 핑게로 연락을 안 한지도 며칠 된지라... 문안을 전하고 취직소식을 전하니 "잘 됐네 고맙다" 하면서 좋아하신다.
처음에는 축하한다는 말보다 어쩐 지 이상하게 들리는 고맙다는 말씀, 전화끊고 생각을 하니 열심히 살아줘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 더우기 외국에서 살다 온 며느리가 한국에서 잘 살수 있을 지 걱정이 많으셨던 어머님이셨다.
축하한다는 말보다 더 무겁고 마음 찡한 고맙다는 말씀, 연로하시여 자식효도와 손군들의 재롱을 보면서 지내야 할 어머님은 지금도 자녀 중 유일한 아들인 그이와 유일한 며느리인 나의 걱정 뿐이다.
마을에 들어서는 공단에 취직을 부탁했다는 말씀도 들었고, 어머님은 말씀을 안 하셔도 안정을 못 찾는 며느리가 마음에 걸렸으리라. 그러던 내가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선생님이 되었다니 많이 기쁘신가 본다.
오늘 아침에는 생각밖에도 시집마을 근처에 사시는 시외삼촌댁에서 전화가 왔다. 먼저 전화를 해 오는 경우가 없으셔서 의아했는 데 어머님에게서 취직소식을 듣고 연락을 하신 것이다. 외삼촌도 외숙모님도 모두 고맙다는 말씀 하신다. 외숙모님은 나중에 또 한번 그이한테로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외삼촌이 너무 기뻐하신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전국에 살고 있는 시누이들에게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나의 시댁은 항상 이렇게 소식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집안이다.
아무튼, 自古로 이리하여 일은 사랑이라고 했던가? 뭔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보다 행복한 세상은 없으리라.
이제는 정말 열심히 일 해서 유명한 강사가 되는 일만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