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안 입법예고' 진단

2009-11-20     동북아신문 기자
 

사상 처음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법무부가 마련한 개정 국적법은 우수한 외국인재를 한국사회로 끌어들이고 한국 국적자의 감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국가간 인적교류가 활발해 지는 글로벌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도 읽힌다. 전반적으로 볼때 13일 입법 예고된 국적법 개정안은 지난 여름 공개된 개정안 초안에 비해 진전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당초 공개된 국적접 개정안 초안은 상당히 제한적인 내용이어서 소극적인 규제완화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번 입법 예고안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많이 해소된 듯하다.

우선 병역 문제와 관련해 관심의 초점이 돼 온 젊은 남성의 복수국적 문제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면 평생 양쪽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단서 조항은 국내에서는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다. 복수국적자가 만 22세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상실토록 규정한 현행 법에 비해서는 크게 진전된 내용이다. 다만 미국과 같은 나라의 국적을 보유하는 것은 병역의무 외에도 다른 혜택이 많기 때문에 원정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은 진지하게 고민할 대목이다. 또 외국인이 우리국적을 취득했을 때 6개월 안에 외국국적을 포기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 국적을 잃도록 하는 현행 법률도 상당히 바뀌었다.

개정안은 외국국적을 가진 65세 이상의 동포, 한국국적을 회복한 해외입양아, 국내에서 태어나 20년 이상 살아온 화교의 경우도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만으로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해외 고급인력의 경우 국내 거주 5년이라는 귀화요건을 없애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귀화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개정 초안이 마련된뒤 개최된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다만 입법 예고된 국적법 개정안이 우수 외국인을 영입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진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국적법의 내용은 또 해외동포의 경우 미국 등 서구 출신을 주된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우리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중국, 일본의 경우 이들 국가가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의 수혜 대상이 아니다. 이때문에 중국, 일본 동포의 경우는 영주권제도를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밖에 복수국적자의 공직 취임 제한 문제도 모호하다는 느낌을 준다. 예컨대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공직에 복수국적자가 취임하는 것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