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사회 교육위기 및 발전대안(상)

김범송 저

2009-11-20     [편집]본지 기자

[아래 글은 지난 10월 중국단동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김범송 논설위원의 논문 개요이다. 편집자 주]

1. 서론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 이후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인구이동은 조선족사회 민족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 농촌의 조선족학교들은 학생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폐교되었고, 부모를 따라 대도시와 연해도시에 이주한 조선족자녀들은 민족교육시설의 미비로 부득불 한족학교에 진학해 민족어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민족어를 기반으로 하는 민족교육의 위축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조선족의 언어와 문자를 대대손손 후세에 물려주던 전통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부모의 교육비용 부담 확대는 자녀교육비 해결을 위한 국내외의 인구이동을 초래했고, 부모와 자녀간의 장기간 별거생활은 조선족사회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조선족사회 민족교육의 위기는 민족존립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1988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조선족의 출생아수는 1994년부터 소학교 학생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1993년 212,100명에서 1999년 149,900명, 2005년에는 67,700으로 급감하였다(권태환, 2005: 116~117). 이러한 학령아동의 감소원인은 출산력 저하와 농촌인구의 도시이동과 해외출국에서 기인되며, 이는 조선족학교 통·폐합의 결과를 초래했다. 도시와 외국에 진출한 부모들이 더욱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녀들을 도시학교로 이주시킨 결과 농촌학교는 학생내원의 감소로 폐교되었고, 도시학교는 농촌학생들의 유입으로 정원이 넘쳐났지만 최근에는 도시학교도 학생수 충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이동과 거주지의 변화로 인한 조선족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문화의 인프라의 부족이다.

조선족의 대도시 이주는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거주지를 형성한 반면, 기존 조선족의 집거지구는 총체적 해체위기를 맞게 되었다. 비록 새로운 거주지의 형성으로 집중·산개된 도시공동체가 촉성되고 있지만, 민족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민족교육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조선족집거구의 적지 않은 조선족자녀들이 한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2005년 연길시의 통계에 따르면 한족학교에 다니는 조선족학생이 3000명이 넘는다. 최근 북경 등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3~4세들 중 민족어의 사용을 포기한 인구가 80%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 진출 후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조선족후대들이 민족어를 상실하고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이승률, 2007).

인구이동과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생내원의 감소는 조선족학교 폐교와 민족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졌고, 민족교육의 위기는 대도시의 조선족에게 더욱 심각하다. 도시 민족교육의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민족동화가 조선족의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에는 민족학교가 없거나 학교규모와 교사 부족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의 학비와 기숙사 비용이 비싸고 초중교육밖에 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선족부모들은 자녀들을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도시 민족교육의 열악한 환경은 현재 조선족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향후 조선족사회의 변화·발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본문에서는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대도시·연해도시 및 해외로의 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의 현황, 부모들의 해외출국에 따른 자녀와의 별거 및 그것으로 인한 편(무)부모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짚어본다. 또한 조선족자녀들이 한족학교에 다니는 ‘득’과 ‘실’, 도시화과정에서의 도시공동체 형성과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민족교육 위기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대안을 제언하는 것이 본 논문의 연구취지이다.

2. 인구이동(감소)에 따른 조선족학교 통·폐합

 

100년이 넘는 중국 조선족의 이주역사에서 조선족들이 한족에 동화되지 않고 민족공동체와 정체성을 지켜온 것은 농촌공동체의 형성과 민족교육을 기반으로 민족동질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90년대 중국정부의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는 중국 조선족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들의 인근도시와 연해도시로의 이동, 특히 한중 수교 이후 한국으로의 대규모 출국으로 인해 조선족사회는 공동(空洞)화 현상과 더불어 학생수 감소로 농촌학교의 통·폐합이 늘어나면서 민족교육이 급격히 위축되었다.

조선족학자 황유복은 조선족사회의 변화발전과 민족교육의 위기는 주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한중 수교 이후 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사회 변화와 관련된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인구이동과 조선족부모들의 해외출국은 농촌교육의 부실화와 민족의 문화영토의 상실에 따른 농촌학교의 폐교와 통합을 유발했고, 대도시와 연해도시로의 대량의 인구이동으로 인해 ‘조선족들은 바다에 뿌려진 모래알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부문이 바로 민족교육이며, 학생의 감소로 인한 민족교육과 정체성 확보의 기틀인 농촌학교의 폐교는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심지어 한국동포의 지원으로 세워진 연변의 일부 농촌학교는 폐교된 후 현재 한족학교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차한필, 2009: 66).

1990년 전후로 조선족사회는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라는 두 개의 큰 계기를 맞이하면서 많은 조선족인구가 대도시와 해외로 이동했다. 흑룡강성의 경우 조선족학교는 학생내원의 감소로 2006년까지 389개가 폐교됐으며, 30~40개의 학교가 통·폐합되었다. 조선족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통합보다 폐교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농촌학교를 시점으로 향진(鄕鎭) 및 도시학교로 폐교가 점점 확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 조선족학교는 60%의 폐교율을 보였으며, 조선족이 집중 거주하고 있던 동북3성 중 흑룡강성은 2007년까지 80% 이상의 학교가 폐교되었다(문정매, 2007: 60~62).

조선족학교의 통·폐합의 가장 큰 이유는 학생수 감소이며, 학생수 감소원인은 출생율 저하, 국제결혼 증가로 인한 가임여성의 부재, 연해·대도시와 해외로의 인구이동을 꼽을 수 있다. 한편 학생수의 급감과 조선족학교의 폐교는 조선족사회에 많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했다. 첫째, 조선족학교의 폐교는 9년제 의무교육보급에 영향을 주었고, 농촌학교의 통·폐합은 학비부담을 가중시켜 학생들의 중퇴와 한족학교로의 유실을 초래했다. 둘째, 농촌학교의 대량적 폐교는 교사들의 ‘실업’을 초래했고, 조선족교원 ‘과잉현상’을 유발했다. 셋째, 농촌학교의 대량적 폐교는 조선족농민의 고정자산 유실을 초래했다. 넷째, 농촌학교의 폐교로 인해 많은 조선족마을의 황폐화가 가속화되었다(한민족신문, 2009. 7.25).

한편 폐교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서 명문학교로 거듭난 성공사례도 있는데, 대표적인 학교가 흑룡강성 통하현 조선족학교이다. 이 학교의 ‘성공요인’을 요약하면, 학교장과 교사들의 단합 하에 민족교육의 중요성 강조와 민족학교를 지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이다. 학교지도부의 ‘학교가 있어야 민족이 산다’는 강한 신념과 ‘살아남기’ 전략이다. 한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을 설득하여 호응을 얻어냈다. 학생유실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교학수준을 높이고 교육환경을 개선했으며, 직업고중을 설립하고 한족학생을 유치했다. 한국단체와 자선가의 민족교육 후원금을 빈곤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로 충당했으며, 졸업생들을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는 등 학교 경쟁력을 높여 학교 지명도를 크게 제고했다.

 

3. 해외출국에 따른 편(무)부모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

 

한중 수교 이후 조선족들의 한국 진출은 많은 편(무)부모가정을 양산했다. 따라서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조선족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한편 현대화·도시화로 인한 교육수준의 향상은 교육비용의 상승을 동반했고, 교육비용 상승 부담은 농촌부모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주지의 농촌학교 폐교가 잇따르면서 자녀를 부득불 도시학교에 보내게 되었고, 기숙사 비용과 학·잡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연변의 중학교는 보통 기숙사 비용이 월 300위안, 별도의 생활비로 150위안이 소요된다. 사립학교가 대부분인 청도의 조선족학교는 기숙사 비용만 600위안이며, 여기에 학·잡비를 포함하면 조선족 일반직원의 월급과 비슷하다. 자녀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자녀를 외지에 보내 공부시키는 모든 조선족가정에 공동된 현상이다(권태환, 2005: 106~107).

한편 정부의 교육비 감축으로 조선족학교의 교육재원이 부족하고, 도시학교는 외지학생의 증가로 인한 기숙사 확충과 교사월급 지불 및 학교운영 보장을 위한 별도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 상황은 결국 ‘기부금 입학’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고, 지난 10여간 연변지역의 기부금 입학비율은 50%를 넘었다. 또한 대부분의 기숙사제 중학교가 도시에 있고, 인구이동과 교육정책 변화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조선족부모들의 자녀교육비 부담 해결을 위한 도시 진출과 해외출국을 유발했다. 따라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별거를 해야 하며, 그로 인해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의 교육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수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지역의 조선족학교에서는 외지학생 유치로 정원을 보장하고 재정부족을 충당하고 있다. 도시학교의 외지학생 비율이 증가됨에 따라 그들은 특별관리 대상이며, 흔히 가족과 별거하고 있는 외지학생은 ‘불량학생’으로 여겨진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기숙사보다는 학교의 통제가 어려운 밖에서 하숙생활을 하고 있으며, 출신지역과 관계없이 부모가 모두 출국했거나 혹은 외지로 갔을 경우 대부분 혼자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편(무)부모가정 학생들의 문제점은 부모들의 외지 진출로 인한 정서불안과 가정교육의 결여로 인한 일탈행위 및 학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부모가 해외에서 보내온 풍족한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경향이 강하며, 부모가 돈을 보내오지 않으면 더욱 절망하게 되며 심지어 범죄의 길로 나가는 현상까지 발생한다(강순화, 2004: 128~129).

2005년 11월 길림신문이 진행한 “조선족사회 10대문제”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7%가 “부모출국 이후 편(무)부모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조선족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이는 도시 진출과 해외출국으로 인한 조선족사회의 가장 근본적 문제가 교육문제와 직결되며, 편(무)부모자녀 교육문제가 가장 시급함을 보여준다. 길림지구 영길현의 중·소학교의 편(무)부모 학생수는 60%를 넘었고, 그중 조선족실험소학교의 경우 79.7%에 달했다. 편(무)부모가정 학생들은 학습·품행·생활·심리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있고, 가정교육을 상실한 ‘특수 집단’의 교육문제는 조선족사회의 존립에 관계되는 중차대한 사회문제이다(길림신문, 2005. 12.10). 요컨대 조선족자녀들은 도시화와 부모의 출국으로 인해 가족분산을 겪으면서, 자식을 돌보지 못하는 자책감으로 돈으로 보상하려는 부모들의 심리와 부모의 감시를 덜 받는 생활환경 때문에 과소비 경향과 학업에 열중하지 않는 현상 등 편(무)부모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김익기 외, 2007: 45).

민족교육의 상실은 곧 타민족으로의 동화를 의미한다. 최근 연변자치주의 조선족학교에서는 향후 교육목표를 민족문화의 보전과 민족특색을 살린 민족교육 중심으로 책정했다. 연길시 연북소학교에서는 자치주교육국의 주최 하에 전주 조선족 중·소학교 관계자들이 모여 민족문화와 민족교육 관련 현지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는 향후 조선족학교는 민족문화 의 특색을 살리면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민족특색이 선명한 민족인재 양성의 요람지로 거듭난다는 교육방침을 확정했다(온바오 연변, 2007.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