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이동렬 장편연재 38]
38
나는 복선녀, 당신을 찾을수 밖에 없다. 당신의 자가용에 앉아 서울 시내를 드라이브하다가 여의도 한강 강변에 가서 자리를 찾아앉았다.
당신이 내 무릎을 슬거머니 건드려왔다. 나는 물새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중얼거렸다. 전설속의 현란한 깃털을 방불케하는 불빛만이 거짓같이 강물에 비껴있었다.
왜 그래? 말 좀해봐, 뭘 고민하는데 그리 풀이 죽어있어?
그런게 아니고…
뭐가 아니고 기고야? 심각하니, 아주?
나는 좀 그렇노라 한다. 강현철이 아느냐고 묻는다. 밤고양이의 눈빛으로 당신을 가만히 쳐다본다. 밤길을 가다보면 옹크리고앉아 어둠속에서 눈빛을 빛내며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는 밤고양이 생각이 어슴푸레 떠오른다. 나는 당신마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강현철이라? 유진이애인말이냐?
애인? 헛, 그래, 그렇다더군. 둘이 재혼이라도 하려는가?
재혼? 이혼도 안하고 무슨?…호, 잘 모르겠다. 장난같지가 않더라. 둘은 언제봐도 깨가 쏟아져요. 저러면 안되는데 하다가도 저들이 좋아하는데 누가 말리겠어? 그 남자하고 술도 자주 마신다. 유진씨가 부르면 항상 같이 붙어있더라. 남자 괜찮던데? 인물 잘났지 마음씨 곱지 통이 크지, 이 바닥에서는 그만하면 인물이지!
허, 그래유?
우리 길림사람이더라. 그저께 조선족교회에 갔을때에 봤지? 앞에 프랑카드를 내걸었잖구뭐니? 그 사람이 우리 교포 몇몇과 만들어 걸었데요. 조선족교회에서 내건, 조선족 동포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 권리를 인정하라!는 프랑카드 밑에것 말이다. 뭐라썼던가? 그 남자가 생각해낸 구호라든데…
우리는 이 땅을 떠날수 없다!― 한국체류 조선족동포 일동…
그래, 우리는 이 땅을 떠날수 없다.― 난 그 구호를 보고 그만 웃어버렸다. 재미있잖고뭐냐? 나도 이곳에 발을 붙혔으니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했다 싶더라. 설사 그렇더라도 중국쪽에서 보면 뭐라겠어, 저것들은 아무래도 못믿을 족속들이다. 이제껏 살겠다 들어온것 받아주고 품어주니 조국을 배반하려 해? 하고 앙심 품을건 당연한 일이구, 한국사람들의 눈에도 얼마나 얄팍해 보이겠어? 간상뱅이 기회주의자들 같이, 내 낯이 뜨거워나더라.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라던데?
나는 저도 모르게 변명이 나갔다. 슬거머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글쎄, 내가 그런 말을 했더니 실쭉 웃더라. 잔을 놓고 담배 한대 꼬나무는데 그물거리는 연기에 표정이 야릇해나더라. 느낌이 이상해났어. 허, 내가 망발을 했나? 순간 주저심이 들더구나, 그의 래력 어지간이 알고있었으니까.
그는 어쩜 타고난 민족주의자인지도 몰라. 누가 심어주지 않았는데도 피가 그런거 있지? 처음 이땅을 밟았을 때에 눈에 저절로 눈물이 주루룩 흐르더래요. 한족 지구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는데도 말이다. 마치 전생에서 살다 다녀간것 같이 느낌이 그토록 친숙하고 좋을수 없더래. 그런데 공항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잡혀 송환될줄 어찌 알았겠어, 려권이 가짜였다나, 속히웠었지…
장춘공항에 떨어지자 도저히 집에 들어갈수 없더래요. 그래서 친구를 찾아 대련으로 나갔나봐. 거기서 련줄을 달아 밀수배를 탔고 안개 부옇게 낀 부산앞바다에서 마중나온 한국 고기배를 갈아타고 가만히 상륙을 했데요. 자기가 다시금 전생을 훔쳐 숨어든 도척같이 느껴지더래. 나의 전생은 이 땅에서 이뤄졌으나 지금은 나의 땅이 아니요 내가 모를 사람들이 살고있는 나라이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지듯 아파나고 처연해나면서 감정이 멀어지더래. 자신이 못나보이고 비루해지더라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눈시울을 붉히더라, 나도 그만 감동하고 말았지. 너무 괜찮아보이지 않겠니? 듬직하구, 감정 잘드러내지 않아도 감성이 대단히 풍부하더라. 유진이가 어지간히 반할만 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나는 묵묵히 경청했었다.
내 인상속의 강현철은 고구마가 감자로 둔갑한 이도저도 아닌 이족상이였다. 우리 말 발음이 몹시 생경했고 눈빛에 이름못할 고독이 어려있었다. 가끔 경상도 말투를 쓰는게 불가사의했다. 생명의 원초에 뿌리 드리운 갸냘프고 매마른 방초를 보는것 같았다. 그 점이 갸륵해 인애의 혼사를 묵과해버린것 같았다.
딸을 시내에 시집을 보내면 팔자 고친다고 좋아하던 어머니도 아쉬운 그늘만은 지우지 못하시였다.
에그, 내가 무슨 바보짓했담? 애를 영 한족사람 만들어버리겠네, 아무리 대도시가 좋다고해도 시름 안놓인다, 어찌하면 좋을꼬?
헌데 상처는 다른데서 곪고있잖는가?
그 사람 고생 무척했다더라. 한국말 잘못하니 다들 왕서방이라 부르더래.비단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란 노래 있지? 그런 왕서방, 그래서 기를 쓰고 한국말 배우게 되였데요. 게다가 워낙 일솜씨가 좋아 공사장에 나서면 목수, 철근, 전기, 어디 하나 막히는데없이 잘해서 한국사장님들도 차츰 좋아하고 인정해주기 시작하더래.
그러던 어느날 그 사람이 나를 찾아왔더라, 혼자서. 우린 삼겹살집으로 갔지. 자기가 술 사고싶데요, 나를 보면 고향생각이 난다나? 고향의 누님같구 누이동생같구 와이프같데. 자기 눈에 내가 그런 타입의 녀자라나? 호호, 재미있지?
우린 이차로 노래방에 갔었지. 그냥 둘이서, 나는 왜 유진이를 부르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더라.그냥요, 가끔 떨어져있어야 느낄수 있잖아요?하더라.
난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는 한국사람 찜쪄먹을 정도로 기막히게 잘 놀더라. 나도 목이 쉬고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호, 그가 갑자기 나를 슬거머니 끌어안지 않겠어?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아무리 밀어도 밀려야지? 이건 뭐냐, 내가 사람 잘못본걸까? 성도 나고 몹시 당황해나더라. 그러다 갑자기 나는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등에 뜨거운것 흘러내리더라. 글쎄, 그가 울고있지 않겠어요?
당신은 피곤기를 느꼈는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여왔다. 옛날의 습관처럼, 나도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고향의 강변에 앉아있듯, 한강이 아니요 이름은 세린하― 내 의식중에 세린하가 한강과 닿고있었다. 세월의 강은 흘러갔어도 우리 가슴에 흔적은 남아있으리!
당신은 나직히 입을 뗐다. 미약한 입김이 볼에 닿아왔다.
나는 이름못할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난 외딴남자가 나를 끌어안고 그리 슬피 우는것 처음 경험했다. 팔을 풀더니 게면쩍은지 얼굴을 싸쥐고 앉더라. 누가 죽었다나? 호, 밀수배를 타고 함께 건너온 친구인데 아빠트 공사장 9층에서 일하다 발을 헛디뎌 즉살했데요. 골이 땅바닥의 돌에 맞혀 묵사발이 됐데. 엊그저께만 해도 같이 술마시고 신세타령을 했었는데…불쌍한 놈이다. 밀항선 타고 잠입해서 3년 벌어 빚 갚고 또 3년을 벌어 꼬박꼬박 집에 부쳐보냈더니 녀편네가 그돈 빼가지고 웬 나그네와 남방 대도시 어디로 깜쪽같이 잠적했다. 중학교를 다니는 하나밖에 없는 머슴애도 시집에 뿌리쳐놓았다, 하고 가슴치더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 때리치우고 들어가겠노라 배표까지 사놓았데요.
그날 아침에도 술 마시고 눈이 부석부석 부은 녀석과 맞띄우자 어깨 쥐여박으며 미쳤나, 래일모래 귀국하겠다는 녀석이 왜 쉬지 않고 나오느냐 꾸짖었더니 그 친구가 피씩 웃더래. 놀면 뭐하냐, 또 술 퍼먹고 피토하자구? 우리 잡부야 노가다판에 나가 기신거리는게 외려 마음 편하지! 하고 어깨를 으쓱하더래. 그날 바로 사고가 터진거지.
그 남잔 중국 무순시의 꽤 잘나가던 간부였는데 돈벌자구 밀항선을 탔데요. 그 사람 조부는 조선에서부터 쭉 항일해온 투사인데 유명한 청산리전투에도 참가했데요. 문화대혁명때에 억울하게 감투를 쓰고 당하자 목 매고 자살했나봐. 그 이야기 듣고 나도 가슴 아프더라. 인생이 너무 허무하구 속절없잖구 뭐니?
당신은 답답한한 가슴을 오른손으로 두드려댔다.
음, 이건 딴 얘기인데 참, 니가 이사가고 내가 혼자 남던 저녁이 생각나냐? 니가 이사짐 실은 자동차에 앉아 떠난후 난 베갈 한병을 갖고 정처없이 강가로 나갔었다. 모래톱에 앉아 먹장구름을 헤치고 나온 쪼각달을 보면서 안주도없이 병나불을 불었지. 니는 죽어도 그때의 내 심정을 모를거다. 세상만사 귀찮아지는데 눈앞에 아무것도 안보이고 흐느끼는 내 정신만이 안개같이 몸을 빠져나와 공중에서 나붓기더라. 나는 꼭 죽는가 했다. 그처럼 가엽고 가볍고 담담한 죽음앞에 삶이 그토록 속절이 없고 허무해날수 없더라. 그러다 깜박 정신을 잃었지. 아무것도 모르겠구 아무런 생각이 안나더라. 그냥 무(無)의 상태이더라. 아, 그런 무(無)가 바로 우리의 죽음일까? 그게 그리 무서운것도 아니더구나. 내가 가지고싶고 기대고싶은 미련만 버린다면 조용히 받아들일수 있을것 같더라. 하지만 이튿날은 심란해나 일도 안나가고 하루 점도록 집에 앉아 기타만 쳤었다.
잠간 말을 끊은 당신은 고개를 슬쩍 틀어 넌짓이 나를 바라본다. 내 입술은 어느결에 당신의 볼에 닿아갔다. 짧은 키스끝에 당신의 눈을 조용히 들여다 본다. 맑은 눈에 어린 심란한 기후를 예측해 본다. 나는 목구멍이 싸, 해진다. 대담해지고싶어진다.
괜찮아, 이래도?
응, 당신만 괜찮다면…
그런데도 어디까지 허용할지 감이 잡혀오지 않는다. 나는 팔로 당신을 끌어안고 슬며시 젖가슴을 감싸안았다. 이 이상은 안된다, 스스로를 자제했다.
그래서?…
으응, 얘기가 좀 빗나갔나? 우리는 이 땅을 떠날수 없다, 그 얘기 마저해야겠지? 강현철씨가 그러더라구. 뭐가 부끄러우냐. 정말 부끄러운것 당해보지 못했느냐. 우에서 얘기했지만 공사장에 나가봐라, 조선족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접을 받고있는가를? 제일 더럽고 힘든 3D 일은 다 찾아하면서도 욕은 오토리로 먹고있다. 강하고 역빠른 놈은 괜으나 어리숙하고 변변치 못한 놈들은 종 취급 당하기 일수이다. 그러다 다치고 병들고 죽기라도 하면 누가 거들떠 보냐? 교포들 가운데 기실 저들보다 실력있고 학식 있고 급 있는 사람들이 얼마인데? 그래서 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더라. 조선족교회에 가보면 교포들이 왜 찾아와서 북적거리는줄 아냐? 어데가서 하소연하고 부빌때가 없으니 그러는게다. 각질이 된 등허리를 부벼 긁어야 간지러움을 참을게 아니냐?…
홀연 강씨의 눈이 교활하게 빛나더라. 입술에 묘한 웃음이 너울졌다. 살기 위해선 강하게 밀어부쳐야 한다. 약해 보이면 금방 잡아먹으려 드는게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러니 팔 걷어부치고 이렇게 가슴을 쳐야 한다.
― 제길, 너희들도 생각해봐라. 이 땅은 역시 우리 조상들의 땅이다. 이 나라를 찾기 위해서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린줄 아냐? 우리 교포들을 보아라, 어느 하나 항일투사들의 자손 아닌게 있냐? 우리가 이 땅을 떠날수 있겠냐? 그러고는 실실 웃더라. 그런 의미에서 그런 구호 쓰게 된거래요. 어쩜 내 생각이 오히려 짧았는지 모르겠더라.
틀린 말은 아니네, 그리 대단한줄 몰랐군, 완연 투사이네그래, 허허.
나는 약간 비양거리며 당신의 귀볼을 만지작거렸다.
심술나지? 호, 그런데 딱히 그렇지도 않더라.
뭐가?
나도 모르겠어, 강하나 교활하다할까? 살자나 그러겠지만 쌍욕도 제법이더라. 자긴 누구보다 한국사람을 미워한데요. 중국과 뽈차는것 보면 무조건 중국편 든다나? 이제 십년안에 너희들이 중국에 와서 다꿍(打工) 안하는가 봐라, 벼루더라구.
― 서울아, 한국아, 내 조상의 땅아, 난 지금 니가 밉다. 거렁뱅이, 망류들을 보듯 우리를 대하는 널 보면 조용히 이가 갈린다. 그래도 난 니한테 곱게 굽실거려야 한다. 니 돈을 벌어야 한다. 될수 있으면 니들한테 당하지 않고 니들을 얼려서 더 많이 벌어야 한다. 그게 빌어먹을 우리 족속들의 운명이다. X같은 놈들, X같은 새끼들, 우린 웃으며 그렇게 같이 살아야 한다! 막 이러지 않겠느냐? 미워도 같이 생존해야 한다는것, 헌데 한이 넘 꽉 맺혀있어 징글스러워 보이더라. 환경이 그리 만들었겠지만 너무 그렇더라. 솔직히 난 그런 량면성을 리해하기 힘들고 보기도 난처하더라. 모질고 독한 나그네같더라. 그런것 유진씨가 알고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래, 독한 놈이지!
나는 팔을 풀고 당신을 밀어냈다. 나부죽한 얼굴에 눈물코물 바른 인애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었다.
강현철, 그놈이 누군지 알고싶냐?
누구? 혹시 인애의?…
나는 와들짝 놀라 당신을 돌아보았다. 당신 입가장에 그물거리는 묘한 웃음에 갑자기 이름할수 없는 분노를 느끼였다.
그러니 알고있었구나?
짐작했지, 니가 온후에야 어슴푸레…
뭐야? 넌 거짓말 하고있구나. 왜 다들 날 속이지? 무슨 꿍꿍이지?
나는 슬거머니 이를 드러냈다. 자조하듯 차고 랭철한 기운이 입술에 미소를 피운다. 현훈증이 이는것을 가까스로 참는다. 당신이 이럴수 있냐? 당신이 이럴수 있냐? 이럴수 있냐? 이럴수 있냐?…마음이 자꾸 웨치고있었다.
나는 자기의 반쪽이 이 땅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떠난 반쪽은 이미 내가 생각하는 반쪽이 아니다. 차겁고 랭정한 현실을 정시해야 한다. 자기를 웃을수 밖에 없다.
당신이 내 어깨를 슬쩍 건드려왔다.
호, 우리 작가님 변했네, 언제부터 의심병이 생겨났지? 자, 일어나요. 날따라 가보자구, 누가 기다리고있으니 거기 가서 판단해 보시든지…
글쎄, 정말 몰랐냐구?
무엇보다 그게 중요했고 요긴했다.
그래, 느낄수는 있어도 묻기 그런것 있지 않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런게 있을수 있다. 허나 인애일인데 어찌 방관할수 있단말인가? 나는 배신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음, 알았다. 누가 기다려요?
글쎄, 가보면 안다니까.
당신은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끄당겼다.
대안 어디선가 쏘아올리는 화포가 반공에서 화사히 터지고있다.
당신의 자가용에 앉은 나의 어깨는 처질만큼 처져있었다. 헤드라이불빛만 바라보았다. 길바닥과 마찰되면서 기묘한 곡선을 그리는 불빛이 황홀해갔다. 따라붙는 속도감에 가끔 괴이한 환영들이 나타나 나올거렸다. 나와 익숙한 얼굴들, 불현듯 얄편한 어떤 면부가 돌출되더니 곧 나부죽해져 갔다. 코와 입술도 물고기 입같이 뭉툭해지며 익살스러워진다. 고향집 유리창에 붙은 누이동생의 얼굴임을 나는 알아본다. 나와 당신은 서로 안고 구을고 웃으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저 봐라, 저눔 기집애 훔쳐보고있다!…
순간 인애의 얼굴이 고무풍선처럼 푹 터지였다. 나는 소스라쳐 놀라며 몸을 떨었다. 당신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이마에 식은 땀이 흥근해났다. 누구는 꼭 죄를 받을것이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당신을 곁눈질했다.
이름모를 거리의 현란한 불빛이 차장으로 쓸어들었다. 약간 긴장한듯 부동자세로 당신은 앞만 바라본다. 나는 당신의 속심을 알아내고싶었다.
그랬구나, 그렇구나.
나는 연발 탄식을 내뿜었다.
각이 없고 릉과 곡선만 있는 삶의 환경이 유진이나 복선녀마저 꿰고 테를 두르고있듯 싶었다. 이름은 짐작컨데 위불없는 실리주의요 자사자리이다. 나의 비극은 아마 그와 유리된 고향이란 테를 벗어나지 못한데 있을것이다. 어쩜 나는 진수형의 말대로 더러운 작업복을 갈아입고 공사장에 기신기신 나가 진골을 빼보아야 삶의 본질을 찾아낼것이다.
유진이한테 금방 련락이 왔더라.
당신이 마침내 입을 뗐다. 나는 가만히 당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만나 얘기하고싶다나? 선화도 같이 있나봐.
뭐, 선화도? 어디에?
쉼터, 빛나는 숲의 나라엡
쉼터라니? 뭐, 그 숲에?…그럼 지금 거기로 가는거냐?
나는 어지간이 놀랐다. 무슨 일이 생긴것일까?
밤이라 세시간 더 걸리겠지, 혹 이의가 없다면…꼭 모시고 오라든데 괜찮겠지?
물론 이의를 제기할 필요나 걱정할 리유가 내게 없다. 나는 유진이가 이제 낯가죽이 두껍게 무슨 말을 늘어놓는가 볼것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