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17년 한중관계의 회고와 전망

<권혁수 칼럼>

2009-08-09     [편집]본지 기자

수교 17년, 한중관계의 “강산”은 과연 어떤 모습?

“십년이면 강산이 변 한다”는데 한중관계의 “강산”은 이미 두 번째로 변하는 수교 17년을 맞이하고 있는 단계, 결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없는 상당히 짧은 기간에 비해 매우 다이내믹하였던 격동의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먼저 수교 17년이 되는 한중관계의 기본 프레임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992년 8월 24일 북경에서 공식수교 공동서명 체결,

善隣友好關係(睦鄰友好關係)수립;

1998년 11월, 金大中 대통령 방중 시 협력동반자관계(合作伙伴關係) 수립 합의

2003년 7월, 盧武鉉 대통령 방중시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全面合作伙伴關係) 합의

2008년 5월, 李明博 대통령 방중 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戰略合作伙伴關係) 승격 합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수교공동성명 이후 한중 두 나라는 2007년 4월 10일까지 무려 56개 조약과 협정을 체결, 두 나라 관계의 거의 모든 분야 망라하였는데 그만큼 양국관계 발전의 넓이와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戰略合作伙伴關係)”는 대외관계분야에서 최상의 수준으로서 그만큼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전략적 위치까지 격상되었다는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군사동맹관계 및 일본과의 특수관계(準同盟關係?)를 제외하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역시 최상의 수준에 해당한다. 물론 한중 두 나라가 지금의 시점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실질적으로 전개해 나가기에는 아직도 내외적으로 많은 현실적인 제약점이 있다는 점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외교관계의 최고레벨인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는데 구체적으로 2009년 4월 런던 G20정상회의까지 한중 두 나라는 무려 25회의 정상회담(대통령vs국가주석) 및 19회 준정상회담(총리급)을 가질 정도로 활발하고 밀접한 정상 및 준정상 회동을 통해 국제문제 및 양국 간 현안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대처해왔다. 또한 한중 두 나라는 지금까지 서로의 핵심적 국가이익과 관련한 직접충돌이 없이 친선관계를 건실하게 유지해왔다. 구체적으로 한국정부의 경우 “하나의 중국(one China/一個中國)”원칙에 관한 중국정부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존중해왔고, 중국정부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남북화해노력을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핵관련 6자회담을 제안, 주도하여 한반도 평화안정에 나름대로 적극적 기여를 하고 있다.

한중 두 나라 모두 대외관계분야에서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폭넓게 그리고 깊이 있게 상호관계를 급속 성장시킨 사례가 거의 없다고 자평할 정도로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중관계의 발전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현재까지 양국간 무역총액, 인원왕래 및 문화적 교류상황 즉 물품과 사람과 정보의 교류실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중무역의 경우 1992년 수교 당시 무역총액이 64억 달러에서 2008년엔 1861억 달러로 급증, 15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28배나 증가한 셈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 최대 투자대상국 및 최대역흑자대상국으로 되어 있고 한국은 중국의 4위 교역대상국(홍콩제외하면 3위)으로 되어 있다.

인원왕래의 경우 1992년 수교당시 연간 10만 명 정도의 중국방문객이 지난 2007년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의하면 478만 명 방중, 매일 평균 1. 3만 명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 진출 한국기업은 총 4만 여개로 추정, 중국 상주 한국인은 66만 명으로 추정 되는데 이른바 “新朝鮮族” 으로 불리는 중국 상주 한국인들은 2010년까지 200만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현재 중국 조선족인구 200만 명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인즉,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신라시대 이후 최대의 한국인 중국 상주규모로 간주하고 있는데 실제로 당나라 때 도처에 산재하였던 “新羅坊”처럼 지금도 많은 곳에 “韓國街(Korea town)"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방문 중국인의 경우 지난 2007년에 이미 100만명을 초과하였고 홍콩과 대만을 포함할 경우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현재 중국인은 일본에 이어 한국방문 외국인 관광객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최대 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중국조선족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해상 및 공중 항선이 한중 두 나라를 이어주고 있는데 현재 한중 두 나라 왕래 항공편의 경우 매일 평균 119편으로 이미 한국 국내 항공편을 초과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한중 두 나라가 이미 말 그대로 1일 생활권으로 되어 있으며 장차 철도가 연결될 경우 그러한 한중 “1일 생활권”을 훨씬 더 많은 한중 두 나라 국민들이 실제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학생의 경우 2009년 현재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유학생이 총 5만명 정도로 재한국 외국인유학생 총수의 약 70%로 1위를 차지 하고 있으며, 중국으로 유학 간 한국유학생은 총 7만명 정도로 재중국 외국인유학생 총수의 약 33% 로 미국과 일본을 앞서 역시 1위를 차지하는데 말하자면 신라시대이후 최대 규모의 중국유학 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는 한류열풍과 한국에서 중국어 등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말해주는 소위 “한풍(漢風)”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현실로 되어 있다.

현재 한중 두 나라 상호관계에서의 문제점은 주로 경제통상분야(어업 및 해양이권 등 포함) 및 역사인식문제에서의 충돌에 집중되어 있는데, 전자의 경우 이해관계가 직접 개입된 현실적인 이슈라고 한다면 후자의 경우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국민의 감정과 깊이 관련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초 한중관계의 미래를 전망

지나간 과거의 사실을 탐구하고 해석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역사학자로서 물론 자신의 본령에 비해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겠지만 여하튼 21세기 초 글로벌화 및 지역화의 드높은 물결을 함께 겪고 있는 시점에서 한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견해를 제시해 본다.

첫째, 수교 17년은 한중 관계사 5000년에 비해 너무나 짧은 기간,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역사적 안목으로 수교 17년 사이 즉 작금의 한중관계를 이해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컨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오늘날 한중관계는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상호 평등한 그리고 밀접한 관계상태로서 분명 역사적 진보의 결과로 긍정적 평가되어 야 할 것인즉 특히 한중 두 나라의 오랜 불평등의 상호관계사 및 현재 영토/인구 등 현저한 격차 감안할 때 더욱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 지금까지 양국관계의 발전은 그 형태상 국가와 관 주도로 그 내용상 경제무역 등 현실적, 단기적 이익추구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앞으로는 국민과 시민 참여가 대폭 증강되는 방향으로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바탕 위에 장기적 전략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부정적인 상호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가 될 것으로 본다.

셋째, 한중관계가 날로 밀접할 수 록 이해관계가 더욱 많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중첩 또한 상충될 것인데 이러한 이해관계의 중첩성(overlapped interest)은 그만큼 한중관계의 세부적 분야에서 잦은 마찰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경제통상분야 및 사회문화적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일단 상호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에 즉 서로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는 것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고 나아가서 보다 가까운 관계를 만들기 위한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한중관계의 장차 최대 변수는 바로 두 나라의 통일문제로서 한반도의 통일 그리고 중국의 통일과정에서 두 나라의 상호관계가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나아가서 통일된 한반도와 통일된 중국은 근대이래 국민국가 건설과정을 최종 완성한 뒤 새로운 관계를 정립 및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한중관계는 세계역사상 유례가 드물 정도로 수 천년 동안 오래 지속되어 온 역사적 전통을 바탕으로 시대적 보편가치에 부합되는 방향에서 정립되면서 21세기형 나아가서 미래지향형의 동아시아 지역질서 및 세계의 평화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

[ 권혁수(權赫秀, Quan He-xiu)   :   중국 동북사범대학 역사문화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 중국조선사연구회 및 중국조선민족사학회 부회장, 한국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조사위원, 현재 한국국제교류재단 체한연구 펠로 및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외국인교수로 방한연구 중. 중국근대사 및 한중관계사, 동아시아국제관계사 전공, 한중 두 나라에서『19세기말한중관계사연구』,『근대한중관계사의 재조명』,『근대중한관계사료선편』외 저서 출간,『근대한중관계사의 재조명』이 중국역사학자 최초로 2008년도 한국 학술원 지정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