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지키고, 행동은 유연하게,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와 상의하라”
- 이경재 대 변호사의 충고를 들어 본다
서초구에 있는 ‘이‧노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기자는 이경재 변호사를 만났다. 키가 크고 근엄한 표정의 그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 관한 수사를 총지휘해 온 법조계에서 명망 있는 변호사인데, 현재는 서울변호사 협회 중국어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법원 양형 위원회 위원, 대한 변호사 협회 통일문제 연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중국동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한국의 ‘원죄’같은 것을 말했다. 한국이 근대사를 겪는 와중에 일제의 침략과 약탈, 동족상잔의 6.25를 거치다보니 한반도에서 살던 동포들이 중국으로 이주해갔고, 그들 또한 해외에서 뿌리박고 살며 한국의 독립과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헌신해왔던 것.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들을 잘 보호해주고 보살펴주지 못했기에 원죄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당한, 국내에 있는 중국동포들로 하여금 국내법에 근거하여 소송부담을 줄여주고 최대한 배려를 해드리는 것이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고 이 변호사는 겸손하게 말했다.
중국동포 김영철(가명) 사건 변호도 그러했다. 자의 아니게, 위변조 서류로 국적 신청한 것이 빌미가 되어 김영철씨는 구속되고 추방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김씨는 건설업사업을 해오면서 많은 내국인들과 동포들을 고용하여 높은 이윤을 창출했고 국가에 성실하게 세를 납부해왔다. 때문에 이경재 변호사는 그가 한국에 체류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된다고 판단을 하고 계속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법적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이 사건을 심의한 서울고등법원 재판장도 이 문제는 한국 근대사에서 일어난 고통의 연장선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조선족의 입장에서 깊은 이해를 하고 결정적인 길을 열어주었다.
이경재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동포들이 입국하여 취업‧생활하다가 보면 대한민국에 대하여 서운한 마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중국동포들도 대한민국을 위해 도움 되는 일과 역할을 하게 되면 국내활동에서 길이 많이 열릴 것이다. 물론 조선족 차별대우 받는 것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사회체제가 중국과 다른 자유민주주의 사회이기에 사회, 문화 차이를 어차피 감수하고 상호간 이해를 깊이 해야 국내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많은 중국동포들과 접촉을 해보았는데 내국인들과 생각의 차이가 많다. 우선, 자기주장이 상대방과 다른 데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에서 차이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동포들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공존하고 같이 가야한다는 생각이 부족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고 같이 이루어 가는 쪽으로 노력한다. 문제를 합리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며, 사적인 일은 법에 의해 해결을 보려한다. 그런데 중국동포들의 경우, 비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90년대 한국 인력의 부족으로 중국동포 불법체류가 대량 양성되었고 많은 부분이 비정비리에 연루되어 있었다. 중국동포들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서슴없이 부정비리를 저질렀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밀입국한다든가 위장결혼해서 들어온다든가, 돈 쉽게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이 된다든가, 도박을 놀고, 싸움질을 한다든갉, 이런저런 문제들이 비일비재 벌어지는데 우리 동포들이 앞으로 마음 단단히 가져야 할 것은 절대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며, 법에 의거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은 우리 동포들은 유연성이 부족하다. 단순한 서비스는 용역제공이지만 카인드는 배려, 친절, 따스함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성공하려면 몸에 배여 있는 딱딱하고 거친 부분을 고치려고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비법적인 방법, 달콤한 얘기를 가려들을 줄 알아야 한다. 돈 얼마 주면 어떻게 쉽게 해결해 준다든가, 어떻게 하면 쉬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에 넘어가 무엇이나 돈으로 속전속결하려고 한다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중국동포들 가운데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거나 판결을 받는 사람들이 흔한데 정말 조심해야 한다. 통장 하나 만들어주면 얼마 준다든가, 심부름하면 얼마 주겠다는데 넘어가 범법행위를 하면 저도 모르게 코를 꿰이게 된다. 때문에 조금 번거롭다고 해도 전문가와 상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검찰청 접수사건 가운데 조선족동포 비자 관련 부정비리 사건들이 어마어마한 양이 포함되어 있다. 체류자격과 관계되는 문제가 제일 큰 문제인데 다행히 동포들 가운데 게릴라를 형성한 폭력조직은 없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는 마피아 조직들이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포들이 국적을 취득하든 안 하든, 모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고맙다. 실제적으로 보안범죄는 특별히 문제 될 것 없지만 조직폭력이 제일 우려되는 부분인데, 지금 보면 동남아 쪽은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동포들은 같은 민족이기에 서로 아끼고 한민족의 공동체 이익을 위해 그런 쪽과 선을 긋는 노력을 하면 국내에서 환영받고 대우 받을 수 있다.
다음, 남북문제에서 한국이 북한을 통합하는 상황이 전개될 때 중국의 역할이 미국의 역할 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지도자나 엘리트들과의 양호한 관계를 건립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에서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많은 중계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중국동포들 가운데 많이 배운, 리더들이 한민족 의식을 갖고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순기능역할, 즉 꽌시(관계)를 잘하면 역사상 큰 공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나는 대한변호사협회 통일위원회에서 이사로 있는데, 중국율사협회(中國律師協會)와 격년으로 서로 초청을 하고 다니면서 남북통일을 대비해 좋은 꽌시(關係)를 맺고 있다. 어느 한 번은 내몽골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선족율사(변호사)를 만나 너무 기뻤다.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 꽌시를 잘 맺어준다면 그 역할은 무지무지 클 것이다.
이동렬 기자 ldl838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