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들의 국적회복운동을 바라보며

2003-11-19     운영자
[대한매일] 2003-11-19

지금 서울과 수도권 8개교회에서 약 3,000명의 중국동포들이 국적회복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안타까운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이러한 운동에 대하여 일부사람들은 임박한 강제추방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일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동포들의 운동은 잃어버린 역사의 복원이며 빼앗긴 기본권의 회복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보다 근원적인 접근법이다.
중국동포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수탈을 피하고자 중국의 영토로 ‘비자발적으로’ 이주한 자들로서 1948년의 남조선과도정부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나 제정국적법에서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건국당시나 현재 국적법상 우리 국민이 국적을 상실하는 사유는 ‘자진하여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이후 중국동포들은 일률적으로 중국공민의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이는 중국동포들이 자유로운 국적 선택권에 의거하여 자진하여 취득한 것이 아니기에 중국동포들은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며 국제법과 우리 법에 충실한 해석이다. 이처럼 중국동포들은 자유롭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유로운 국적선택권은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헌법 전문상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기에 일제강점의 피해자들인 중국동포들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사적 진실에 눈을 감고 중국동포에 대하여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여 국민보호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으며 한중수교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중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중국동포들의 보호를 위해 법적 지위에 관한 어떠한 협정도 체결하지 아니하였고(1965년 한일협정당시에도 재일한국인보호를 위한 협정이 있었음) 중국동포들의 고향에 돌아올 권리를 보장하는 어떠한 입법적 노력도 기울인 바가 없다.

물론 한국정부가 우려하는 중국정부와의 마찰 등의 사항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우리 모두 동북아의 미래를 위하여 한중 우호를 원하지만 문제는 중국정부의 한마디에 협상의지조차 잃어 버리는 우리 정부당국자의 사대적 외교정책이다. 조선족은 중국 50개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모국이 있으며 우리와 중국은 다같은 일제침략의 공동피해자들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중국정부로서도 역사적인 이 번 사건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정부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중국동포들의 국적회복요구에 대하여 전향적인 자세로서 임하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현재 국적회복을 요구하는 동포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법적 판결이 날 때까지 유예하여야 한다. 또한 중국정부와의 협상을 통하여 중국동포문제의 역사적 특수성을 공유하고 동포들의 자유로운 국적선택을 위한 협정체결의 길로 가야 한다. 나아가 우선적으로 중국에 연고가 없고 도저히 귀국하기 어려운 딱한 사정의 동포들부터 선별 구제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일괄적인 국적회복이 곤란하다면 특별 영주권제도와 같은 점진적인 방안을 통하여 중국동포들에게 고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고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특히나 일손이 딸리는 제조업체 종사자들의 경우에 우선적으로 영주권을 부여하는 등의 점진적인 조치등의 현명한 대안을 참여정부에 기대한다.

(정대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