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필리핀 관광체험기 (3)
<이동렬 기자의 외국탐방기>
[ 아무 것도경험하지 못한 곳, 미지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는 떠나지 않을까?…그러나, 수교 전 입국자들에게는 부득이 한 선택이었다.]
나는 떠나기를 좋아한다. 어디론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면 더 좋다. 무작정 떠나서 보고 느끼고 즐기고 경험하는 것은 행운이다. 어차피 우리 인생에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보다 소중한 체험과 아름다운 추억 같은 것들이다.
필리핀을 아느냐? 나는 짐짓 머리를 흔들었다.
“필리핀은 못사는 나라이다. 인도네시아 부근에 있는 섬나라이다. 식민지의 그림자가 아직도 드리워 있는 나라라고 보면 된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보다 잘 산 나라였지만 지금은 낙후하기 짝이 없다. 필리핀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한다. 아열대지방이 다 보니 기후가 좋아 집 짓고 살 필요가 없고, 배고프면 길거리나 산의 과일을 따 먹으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으름뱅이가 됐다.…”하고 누군가 알려줬다.
사실 필리핀은 아시아대륙 동남쪽 7천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도서(島嶼)국가이다. 수도는 마닐라고, 화산이 많고 지진이 빈번하며,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연평균 27도)로 연중 덥고 습도가 많으며 인구는 8,136만 명에 달하는데 전통적인 농업 국가이며, 화폐명칭은 폐소(Peso)이고, 인종은 말레이 종족이 주종을 이루고 인도, 중국, 아랍, 일본, 미국, 스페인계의 혼혈이 있다. 필리핀공화국은 1527년 에스파냐 탐험가 빌리아로보스가 당시의 스페인 황태자 필립 2세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정복지를 Las Islas Filipinas로 명명하였고, 그 명칭이 지금의 국명인 the Philippines로 발전된 것이다.…--이는 인터넷검색을 해서 얻은 피상적인 지식들이다.우리가 탄 필리핀 비행기 남버는 5j-135였다. 180여개의 수수한 좌석에 비교적 좁은 통로, 그리고 귤황색 와이셔츠에 치마를 입은 이색적인 필리핀 항공아가씨를 보자 나는 자기가 정말 필리핀으로 떠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키는 크지 않으나 얼굴이 약간 길고, 눈과 눈썹이 큰 아가씨들은 대화를 영어로 했다. 필리핀 국어(國語)는 영어였다.
나는 필리핀 아가씨들을 보자 노란 바나나 생각이 났다. 같은 여건으로 그 전번에 필리핀을 다녀온 수교전입국자들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필리핀에 가면 바나나가 너무 맛있어요. 노랗게 익은 것을 따서 파니까요. 코코넛도 먹을만 하구…그리고 필리핀에 진주가 많이 나니까 꼭 진주를 사와요. 한 1천 5백 폐소(Peso)이면 괜찮은 것 살만 해요. 원화와 폐소 환율을 모르면 요즘은 50폐소이면 1달러라 생각하면 되구요. 필리핀 양주도 먹을만 해요. 7~8병까지 가져와도 괜찮아요.”
그래, 참말, 진주도 난다고 했지? 나는 진주목거리만은 꼭 사야겠다고 괜히 욕심을 냈다.
나와 몇 자리 건너 우신(남‧57)씨가 앉아있다. 둥그스레한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놓고 마냥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소니(SONY)브랜드 새 카메라를 나한테 건네주었다. 130여만 하는 꽤 비싼 카메라다. 외국을 가는데 카메라 하나 장만해 가지 않으면 어쩌겠냐고 해서 샀다고 한다.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 사진만 찍고 와도 본전은 나온다는 말이다. 면세점을 지나 탑승구까지 가면서, 나는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었다. 포즈를 취할 때면 흰 이를 드러내고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밝은 해를 바라보는 달콤한 표정 같았다.“사진 찍어줘요.” 그는 또 씽긋 웃었다. 나는 또 두어 번 셔터를 눌렀다. 20년 가까이 비행기 구경을 못한 그다. 이제 비행기 타고 관광 다녀오면 체류비자도 바뀌고, 한구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친척형제, 가족들이 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인생에 오르막만 있으란 법 없나 보다. 바른 생각을 갖고 끊임없이 분투하면 언제인가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오기 마련이다.
서울에서 필리핀까지의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5j-135 비행기는 한국시간 12시 20분쯤, 그러니 필리핀 시간으로 11시 20분쯤 마닐라공항에 착륙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는 별로 불편함이 없었다. 공항은 별로 크지 않았고 실내 불빛도 어두워 건물의 구조가 잘 알리지 않았다.
공항 심사대를 빠져나오자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주일전에 먼저 들어왔다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중국동포 최순화씨(여‧45)가 친구들과 만나 반갑다고 부산을 떨었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그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 건물 밖을 나오니 열대 기후의 후끈한 열기가 몸을 엄습했다.
3월초순의 서울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였기에 나는 올 때 겉에 코드를 걸치고 있었다. 필리핀 날씨가 아무리 덥다고 해도 실감이 나지 않기에 그런대로 초봄계절 복장을 한 것이다.
“마닐라는 덥구나!” 나는 급히 코드를 벗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