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추억 1 ]여의도 벚꽃은 지고 있고 있는데...
<이동렬 =사진 글>
2009-04-11 이동렬
봄이 오면 제일 가고 싶은 것이 벚꽃구경이다.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는, 햇빛속의 화사한 색채를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우리 인생의 활홀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된다. 아니면, 우리도 저꽃처럼 핀 적이 있었던가, 자문하게 된다.
작년에 V가 벚꽃구경을 가자고 해서 같이 간 적이 있다. 버스 창문에는 '여의도 벚꽃축제'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는데, 여의도에 도착해서 "여기 어디서 내리면 벚꽃구경을 할 수 있어요?"하고 물었더니 운전수가 이상한 눈길로 처다보더니, "벚꽃요? 여기 어디 벚꽃 있어요?" 하고 반문을 했다. 철이 지났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도 마음 먹고 "벚꽃구경은 꼭 해야지" 하고 4월 12일날 오후 여의도를 찾았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날에 "여의도 벚꽃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벚꽃이 지고 있었다. 꽤 많이...지는 꽃을 보노라니 마음이 서글펐다. 꽃잎이 떨어지면서 누르스럼한 꼭지들이 보이고 파란 이파들이 돋아나고...그런데 꽃은 그냥 정처없이 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명년에는 꼭 피는 꽃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명의 꽃내음을 찾기 위해서라도 피는 꽃을 보고 싶었다.
지는 꽃의 서글픔은 아마 오래도록 내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철쭉꽃이 망울을 터뜨려 감회가 새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