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와 하늘과 빛과 생명 1

숲에 떨어지는 해와 빛을 잃어가는 무리

2009-04-11     주성화
해와 하늘과 빛과 생명 1


풍경

‘해가 집니다.’ 바람이 말하고
‘돌아갈 때입니다.’
새가 숲을 향하다.

산은 성벽을 이루며 하늘 막아서고
어선은 고독을 태우며 몸을 줄이다.

음모의 대기아래 초설이 잉태하면
한 바퀴 돌린 시침이
새로 각도를 늘이고
마른 잎 흩날릴 때
마음 서러워지다.//


해의 풍경

한 오리 투명한 해의 빛은 척추 같은 나무의 줄기를 스쳐 잠든 땅 위에 연한 자국을 남기고 그 자국에 또 다른 하나의 줄기의 진한 그림자를 그려놓고 그 풍경에 또 하나하나의 잎의 조심스러운 흔들림을 담뿍 담고 그 위를 청신한 바람으로 정성스레 다듬어 멀리 떠있는 구름의 달음질을 소래채로 옮겨놓고 그 위에 따스함이 첫눈처럼 소북이 쌓이다.

또 다른 한 오리 빛발은 거친 뿌리에 비추어져 대응되는 풍경을 깊숙이 감추다.
때가 되어 해가 빛을 거둘 때 나는 해의 풍경을 지나간 시간에 저장하여 다가오는 시간을 밝히며 긴 끈 끝에서 흔날리는 연처럼 어두워지는 밤의 가는 비를 맞으며 생을 누리다.//


해의 의미

하늘 끝 뻗어간 커튼을 열어 제치며
해의 따스함은
바다의 손바닥만 한 자리를 덥히다.

무덤 같은 바다의 깊이에
레이저처럼 아침 햇살이 스미다.

식객 같은 이들은 잠이 둔하고
설객 같은 이들은 숨소리 잃어
높고 낮음은 가리어지다.

돌아갈 길 바람에 흔들리고
분홍이봉 되어 꽃이 떠가고
산의 모퉁이에 붉음이 칠 되고
하늘이 검푸르게 형태를 드러내다.

별이 안 보이는 대낮을
해는 몰고 와
또다시 산의 모퉁이가 칠 되고
빛이 내려 간지러운 그 자리에
정열이 다 흩어진 새가
갈 곳 없이 깃 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