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들의 조선족동포에 대한 죄책선언

2003-11-18     운영자
우리들 기독교인들은 2백만 조선족동포를 향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죄를 고백한다.

1. 조선족동포들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위해, 그리고 도저히 한반도에 있을 수 없어 만주로 간 선조들의 후손이다. 그리고 해방 후 해외로 나간 모든 동포가 귀국했지만 유독 만주로 간 동포들은 북에 김일성정권이 들어서면서 귀국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동란이후 귀국의 꿈까지 포기해야 했다. 1992년 한중수교이후 귀국길이 열렸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이들의 귀환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들의 귀환을 전부 허용할 경우 발생할 노동시장의 교란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들 동포들은 할아버지의 묘소가 이곳에 있고 호적에 이름이 올라 있고 사촌들도 여기 사는데 왜 자기들은 불법체류자가 되어야 하는가하며 절규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한국인을 대신해서 동포들의 귀환을 막은 죄책을 고백함과 아울러 동포들의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천부적 권리임을 선언한다.

2. 그동안 우리는 조선족 동포들의 처지를 고려하여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들의 입장만 생각하여 그들을 가혹하게 대해 왔다. 한국에서 일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그들의 소망도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한국에 와서 험한 일을 한다고 차별하고 천대하였으며, 또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거액의 빚도 채 갚지 못한 동포들을 무자비하게 추방시켰다. 이렇듯 우리가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만들고도 그들의 고통이 나와 상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해 왔다. 이러한 우리의 죄를 통회, 자복하며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아울러 우리는 한국정부가 조선족동포들을 애정을 가지고 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자 한다.

3. 지금 조선족 동포사회는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조선족마을은 해체되고, 출생률은 급감했으며 조선족학교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을 강건너 불보듯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무관심의 죄를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하며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함과 아울러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강구를 촉구하고자 한다.

2003년 8월


한국교회 성직자 및 평신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