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서울에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2009-02-04     동북아신문 기자

생각해 보라. 나이 28, 조그만 사업장에서 연봉 2000이 조금 안되는 월급을 받고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혼자서 살 수 있겠지만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이런 푸념을 술자리에서 늘어 놓았을 땐 친구들은 고까워 한다. 단지 나는 친구들에게 나도 힘들다고, 그런 투정을 부리고 싶을 뿐이다.

내 친구 녀석들은 성격들도 모나지 않고, 나보다 모든게 나았던 녀석들도 있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이며, 백수로 몇년 째 골아있는 친구가 있다는게 이상하다. 친구들은 나같은 녀석에서 한 해 2000을 쏟아붓는 것을 보면, 사장이 사람 보는 눈이 없는게 틀림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이 사회는 사람 보는 눈이 결여되어 있다.

가끔 롤링스톤즈와 너바나를 두고 피 튀기게 설교를 하던, 결국 락 밴드를 따라 꿈을 쫒아간 스틱쟁이 친구가 생각난다.. 그래봤자 홍대 허름한 어느 클럽에서 앨범 하나도 없이 근근히 공연으로 버티던 밴드였지만, 낡은 클럽의 곰팡이 냄새를 향기로 아는 친구였다.  그러다 몇년 후 어느 편의점에서 점원 옷을 입고 계산대에 서 있는 그를 보았을 때... 많이 애잖했다. 담배를 그냥 가져가라는 그의 성의를 뿌리칠 수 없어서 주머니에 구겨넣고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미래에 락 스타 그는 잘 있을까?

가정을 꾸린 친구들도 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게 씀씀이가 쪼잔해 진다는 거다. 와이프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그들에게 한 턱을 내는 것은, 그냥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가끔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날 잡아 쏘라고 하면 한 달이 고달프다고 강짜를 부리기 일수다. 싼 주유소를 돌고 돌아 찾았다는둥, 분유 값이 어쨋다는둥... 애들 교육비, 월세에 앞날이 막막하다.. 그런 소리를 듣는 나도 막막하다.

술자리엔 이런 신화가 있다. 로또에 당첨되어 에쿠스를 끌고 다닌다는 옛 동창이나, 뭐 그런 신화들 말이다. 왜 내 주위엔 로또 당첨자가 이리 많은거지? 반면 왜 나에겐 그런 행운이 모자란거지? 나도 속물이 다 되어서 어쩔 수 없나보다. 

친구들의 서울 생활기를 술자리에서 들어보면 고달프다. 그냥 고달프다. 이끼 낀 단칸방에서 외롭게 나이를 세며 생명을 잃어가는, 그런 독거 노인들의 사연을 볼 때마다, 서울이라는 곳의 낯선 차가움에 질리게 된다. 적어도 확실한건 이 도시는 짙어지는 그림자만큼 상냥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을 꾸리려면 적어도 낯짝을 단련 시켜야 겠다. 친구들에게도 그렇고, 애들 교육비와 주택 마련을 위해서 맞벌이 할 와이프를 대할 때도 말이다.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기에 정부를 씹는데도 낯짝이 두꺼워야 한다. 높아진 전기세, 수돗세, 겨울엔 가스비... 이 모든 것을 제하고 남은 내 월급으로 대체 저기 달이 걸린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분양사기들도 가끔 있다고들 하는데...

서울에 산다는건 바로 이런 의미다. 어느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모여 세월을 삼키고, 사회를 씹는 그런 카타르시스만 바랄 수 있는, 답답하고 미개한 정글 숲이다. 아무것도 우릴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에겐..

>@    에고... 이거 픽션인데 너무 많은 분들이 솔루션을 해주셨네요. 그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와 또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이상을 빼앗긴 젊은이들이 현실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픽션이다 아니다가 중요한건 아니겠지요. 이 글을 통해서 열리는 소통의 공간이 중요한 겁니다. 본의아니게 픽션이라고 본 글에 미리 써놓지 않은점 사과 드리고 싶네요. 누가 알았겠나요.. 이 글이 메인에 올라갈지...(사실 저는 이런 글을 몇번 쓴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저 안에 단단한 현실의 알맹이가 있다는 것은, 제가 봤을 때 명백해 보입니다. 미래의 락 스타는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 다음 '경제토론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