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 소학교에서 느낀 '행복'

2009-01-19     동북아신문 기자
3개월간의 해외 봉사활동 통해 내 자신 성찰

 
  너무나 순수하고 예쁜 중국 소학교 학생들.

많이 가져야 남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남을 위하고 도우려는 마음만 있으면 봉사는 누구나 가능하다’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저는 20대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어떤 삶을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일까 하는 답 없는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비야의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 봉사를 사서 하느냐"는 어느 기자의 말에 "남을 돕는 것이 내 피를 끊게 하고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입니다"라는 그녀의 대답은 내 마음속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생에 대한 답을 주는 듯했습니다.

그래 그녀가 느꼈던 그 기분을 나도 느껴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닌 남을 위해 내 시간을 보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해외봉사활동을 모집하는 곳마다 원서를 내고 기다렸지만 많은 고배를 마셨습니다.

진정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정말 우연하게 기회가 왔습니다. 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해외봉사를 가게 된 것입니다. 정말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바로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민족 IT봉사단’으로 중국으로 3개월간 봉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중국, CIS 등 한민족이 거주하는 국가에 봉사단을 파견하여 그곳에서 한국 문화, 역사, 그리고 정보화 교육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같은 학교 친구 김대근과 2인 1조로 한 팀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가기로 한 학교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 조선족 소학교였습니다.

 
  학생들이 예쁜 한복을 입고 전통예절 수업을 하고 있다.

파견학교가 정해지고 저희는 채재비로 지급된 돈으로 책과 역사CD, 독도관련CD 등을 구입하고 수업자료도 직접 만들어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지난 해 9월 30일에 중국으로 출발했습니다. KADO에서는 세계 각국으로 봉사단이 파견되고 있고, 중국으로 파견된 봉사단은 저희를 포함해서 총 6팀이었습니다.

중국의 조선족 소학교에서 현지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정말 가족과 같이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전통 예절 교육과 역사 교육, 전통미술, 전통 놀이, 컴퓨터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친오빠, 형 같은 우리를 정말 좋아하고 잘 따랐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면 학생들이 서로 옷소매를 붙잡고 같이 놀자고 조르곤 할 때면 한국의 아이돌 그룹 빅뱅의 인기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여학생에게 비행기를 태워 줬더니 아빠생각이 난다고 우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조선족 소학교의 대부분의 학생들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나가서 몇 년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에 가고 친척도 없는 학생들은 선생님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고 남의 집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특히 정이 많아서 우리 SKY 팀이 3개월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을 보자 차마 떠나는 뒷모습을 보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3개월간의 해외봉사활동은 끝났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가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을 부러워하며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내 또래의 사람들 중에서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가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간디가 한 명언 중 '봉사를 위해 보낸 삶이 오직 열매를 맺는 삶'이란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회가 정말 다양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많이 맺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과 단체사진 촬영

 
  학생들이 sky봉사단에게 준 정성 가득한 편지들.
부산일보 / 석민주 시민기자